남달랐던 한국의 ‘빅5’, 45분으로 충분했던 증명의 시간

윤은용 기자 2024. 1. 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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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시작과 함께 벤치에 앉아있던 유럽파 ‘빅5’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경기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골만 나오지 않았을 뿐,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두들기며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모두 뛰는 한국은 역시 아시안컵 우승 후보 전력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은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전반과 후반 다른 조합을 선보였다. 전반에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등 소위 유럽파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빅5’를 모두 제외한 1.5군 진용을 꾸렸다.

이들이 없었던 전반, 한국은 공격 전개 작업에 다소 애를 먹었고 뒷공간을 수시로 내줘 여러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잘 버텨냈고, 전반 40분 터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가운데 전반을 마쳤다. 그리고 후반 시작과 함께 ‘빅5’가 모두 투입되며 베스트 11이 가동됐다.

확실히 이들의 활약은 압도적이었다.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온 주전 라인업이라 그런지 공격 전개 과정이 전반에 비해 훨씬 매끄러웠다. 손흥민과 조규성이 사실상 투톱을 이루고 황희찬과 이강인이 좌우 측면에 포진했으며, 정승현(울산)과 교체 투입된 김민재는 김영권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안정적인 중앙 수비를 구축했다.

특히 투톱으로 뛰면서도 간간히 측면으로 이동해 이라크 측면 수비에 심리적 부담을 안기는 등 사실상 프리롤을 부여받은 손흥민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황희찬과 이강인의 측면 크로스는 이라크 수비진을 꾸준히 괴롭혔다. 직선적이지만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과감한 돌파를 선보인 황희찬,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볼을 지켜내면서 측면에서도 중앙으로 양질의 패스를 공급한 이강인의 서로 다른 공격 패턴도 이라크 수비진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표팀에 뽑힌 유럽파들의 숫자는 12명으로 20명의 일본과 비교하면 많이 뒤진다. 하지만 질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인 손흥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컨디션이 절정에 달해있는 황희찬과 프랑스 리그1의 맹주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하는 이강인 등 공격진에서는 아시아 최고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도 아시아 내에서는 비교할만한 선수가 없다.

일방적으로 두들기고도 추가골을 만들지 못한 것, 후반 41분 이강인의 퇴장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의 클래스를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45분이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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