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부감사는 하루에 한 번 꼴···적발까진 710일 걸린 종투사들
최근 6년, 9대 종투사 금융사고 20건
사고 시작부터 발견까지 평균 약 2년 소요
[파이낸셜뉴스] #. 국내 A증권사 직원 B씨는 2018년 횡령으로 금융감독원에 고발됐다. 그가 2009년 횡령을 저지른지 이후 9년 만의 조치였다. 당시 그가 속했던 C증권사는 B씨가 퇴사했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실제 일어난 전형적인 내부통제 실패 사례다. 횡령·배임 등은 조기 발견이 관건이지만, 이처럼 사건 발생 수년이 지나서야, ‘우연한’ 계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최근 5년여 동안 국내 9대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금융사고 시작부터 발견까지 평균 710일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내부감사가 하루에 한 번 꼴로 이뤄진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시스템 자체가 잘못 설계돼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증권사 관계자는 “9년 동안 횡령이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직원이 퇴사하고, 고객들 항의도 없어 인지하지 못했다. 타 증권사에서 해당 직원이 금융 사고를 내면서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 사고 발생해도 알기까지 ‘2년’
7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지난 6년간(2018년~2023년 6월) 증권사 내부직원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9대 종합금융투자사의 금융사고 적발 건수는 모두 20건으로, 사고 시작일부터 발견까진 평균 710일이 걸렸다.
사고 발생부터 이를 발견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단 의미다. 이는 전체 증권사 평균(33건·592일)과 비교해도 4개월(120일)이 길다.
C증권사 사건 외에도 전체 금융사고(20건) 중 30%(6건)는 3년 동안 잡아내지 못했다. 적발 기간별로 구분해보면 3년 이상 걸린 사례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개월 이하(5건), 2~6개월(3건), 6~1년 미만(3건), 1~2년 미만(3건) 순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NH투자증권 사고 적발일이 가장 길었다. 이 기간 NH투자증권의 금융사고는 총 2건(횡령·유용 2건)으로 증권사 평균(2.5건) 대비 건수가 적었지만 적발일은 평균 2236일이 걸렸다. 무려 6년 동안 사고를 발견하지 못했단 뜻이다. 다만, 마지막 금융사고 적발이 2018년이고, 그 이후로는 없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3건으로(횡령·유용 2건·사기 1건) 1630일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업무상 배임 2건, 기타 1건으로 총 3건이 발생하면서 평균 938일이 걸렸다.
문제는 해당 기간 동안 하루에 한 번꼴로 내부감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9대 종투사는 지난 2019년 475건, 2020년 379건, 2021년 370건, 2022년 403건으로 연평균 367건의 내부감사를 벌였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이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 253차례 내부감사가 진행됐다.
■ 허술한 감사체계, 부족한 인프라
전문가들은 증권사 내부감사 체계가 아직 허술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급과 결제가 한 직원 업무에서 함께 이뤄지거나 특정 직원이 한 부서에 장기간 있는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대 김대종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감사는 금융사고 적발시 각 증권사의 점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며 “과거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한 부서에 약 10년 간 장기 근무를 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급과 결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분리되지 않고, 직원 한 명이 이를 모두 관리하는 증권사들이 많아 횡령·배임이 발생해도 적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명대 서지용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금융사고는 초기 적발이 안 되면 손해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내부감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내부감사 인력과 전문성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종투사 내부감사 관련 직원은 전체 직원의 1~2%에 불과하다. 특히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내부감사 전문인력은 평균 2.3명에 그친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키움증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 교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2년마다 직원들을 순환 보직시키고, 지급과 결제를 분리해 관리토록 하는 등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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