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연평도 북방서 사흘째 포사격"… 총선겨냥 긴장 높이기

강현철 2024. 1. 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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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일 연이틀 서북도서 인근서 사격……긴장수위 높이려는 의도
지난 5일 포격 서해 NLL 이북 7㎞까지 근접
"NLL 무력화에 다시 나설 가능성"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5일 연평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5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북한군이 7일에도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 인근에서 사격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날 오후 "북한군이 연평도 북방에서 사격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의 서북도서 인근 포 사격은 지난 5일 이후 사흘째다. 웅진군도 "북한 측에서 현재 포성이 청취되고 있다"며 "연평부대에서 대응 중이나 주민께서는 야외활동에 주의를 당부한다"고 문자 공지를 했다.

북한이 지난 5일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 인근 이북 지역에서 쏜 포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7㎞까지 근접했던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북측이 5∼6일 연이틀 서해 NLL 인근에서 포 사격을 한 것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5일 오전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해안포 위주로 200여발 이상의 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은 서해 NLL 방향으로 사격을 실시했고, 발사된 포탄은 대부분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으나 NLL 이북 7㎞까지 근접했다.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격 및 기동 훈련이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에 북한군 포탄이 낙하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었다.

이에 대응해 서북도서에 있는 해병부대는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대응사격을 했다. 우리 군이 발사한 포탄도 서해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북한군은 6일에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위주로 60여발의 사격을 실시했고, 이 중 일부는 서해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이날 북한군의 사격은 대체로 북한 내륙 방향 혹은 측방으로 실시돼 서해 NLL 방향으로 실시된 5일 사격에 비해 덜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됐고, 우리 군은 대응 사격에 나서지 않았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해상 완충구역으로 사격도 실시해 군사합의에 따른 적대행위 금지구역이 사라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북한군의 포탄이 NLL 남쪽으로 넘어오거나 NLL에 근접했을 때만 대응 사격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23일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이후 △군사합의로 파괴된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 재개 등 합의 위반 행위를 계속하면서 9·19 군사합의는 무력화됐다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북한이 이번 서해 NLL 인근에서 포 사격을 재개한 것은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오는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당 연말 전원회의 마지막 날 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하고, 이튿날 주요 지휘관들을 소집한 자리에선 남북 무력 충돌을 기정사실로 하는 등 대남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군의 서해 NLL 인근 포 사격에 대해 "형식 면에서 우리 군의 (새해) 포사격 및 기동훈련에 대한 맞대응 훈련이고, 내용 면으로 보면 9·19 군사합의 파기에 따라 군사적 훈련 복원 의지를 보여주고 우리 군의 대응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 총장은 "시기 면에선 당 전원회의 직후 연초부터 한반도 군사적 문제의 주도권을 북측이 쥐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당 전원회의에서 재확인한 강 대 강, 정면 대결의 실천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같은 동족(인 남한)을 향해서는 연이틀 쾅쾅 포사격 훈련을 해대면서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는 '각하'라고 호칭까지 써가면서 위문 전문을 보내 인도주의적 면모를 부각시키려 했다"면서 "전형적인 갓끈전술"이라고 평가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족인 한국에 대해서는 초강경 자세를 보여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일본에는 유화적 태도를 보여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프로세스를 희석시켜 보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갓끈 전술'은 1969년 김일성이 간첩 및 공작원 양성소인 금성 정치군사대학(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연설하면서 언급한 용어다. 당시 김일성은 "사람의 머리에 쓰는 갓이 2개의 끈 중 하나만 잘라도 머리에서 날아가듯이, 남한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2개의 끈에 의해 유지된다"면서 남한 정권이 미국 혹은 일본과의 관계 중 어느 한 관계만 잘려나가도 무너질 것으로 보았다. 결국 '갓끈 전술'은 한미일 관계를 와해시키기 위한 대남 적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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