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日에 이례적인 '위로전'…한미일 공조 강화 흔들기?

이창규 기자 2024. 1. 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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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에 포병사격하며 '강 대 강' 대치와는 결 다른 행보
日과 대화의 문 열어두는 '정치적 메시지'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연이틀 서해상으로 무력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최근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에 위로전문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연일 일본에 날을 세우던 북한의 이례적 행보의 핵심 목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공조가 강화되는 흐름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5~6일 이틀 연속 서해 접경지에서 포병 사격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5일 포격의 경우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이 포함된 도발적 행위였다.

이러한 도발성 행보와 별개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5일 자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위로전문을 보내 지난 1일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위로했다.

김 총비서는 위로전문에서 기시다 총리를 '각하'로 부르며 "일본에서 불행하게도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에 접하고 당신과 당신을 통해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며 "피해 지역 인민들이 하루빨리 지진 피해의 후과를 가시고 안정된 생활을 회복하게 되길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일본에 위로전문을 보낸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헌법상 최고 주권기구인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장(당시 김영남) 명의로 위로전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일본을 '백년숙적'으로 부르며 과거사 문제와 자신들을 겨냥한 일본의 대외 정책에 날을 세우는 북한이 일본의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까지 사용한 최고지도자 명의의 위로전문을 보낸 것은 북한의 '의도'를 계산하게 할 만큼 특이한 일이다. 특히 이는 북한의 군사력 강화 행보에 한미일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3각 밀착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나온 행보이기도 하다.

ⓒ News1 DB

그 때문에 이번 북한의 위로전문 발송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제기된다.

먼저 북한이 한미일의 밀착에 균열을 내기 위한 외교적 계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고도화에 대한 일본의 독자제재 발효(2006년) 이후 장기간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해 왔고, 실제 북한과 일본은 작년에 몇 차례 비공식 접촉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북일의 접촉이 어떤 함의인지 유의미한 해석이 제기되진 않았지만, 서로가 대화의 수요가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북한과 일본이 대화를 할 경우, 북한은 독자제재 해제를 추진하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일본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파고들 여지도 있다.

북한과 일본은 내달 24일과 28일 여자 축구대표팀의 2024 파리올림픽 축구 최종예선을 위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이어 남자 축구대표팀은 3월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를 위해 상호 방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일 간 모종의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뤄지는 보편적인 국가들의 활동을 따라 하며 자신들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메시지 형식으로 보내는 게 그동안 관례였는데 이번에 최고지도자 이름으로 보냈다는 것은 기획 의도가 있다고 봐야 될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한에겐 핵·미사일을 고도화할 명분도 되지만 실질적인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미일에 대한 결이 다른 정책을 통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균열을 가하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센터장은 북한이 위로전문을 통해 일본,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미일 공조를 통한 압박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했다.

임 센터장은 "(총선을 앞둔)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위로전문을 통해 자신들(북한)과의 대화를 활용해 볼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고, 일본을 통해 미국과도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며 "김 총비서가 고도의 협상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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