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피하려 폐업 후 개업?…법원, 의사들 꼼수 막았다
위법이 적발돼 병원을 폐업했다면 새로 열더라도 병원장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사들이 폐업을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내과 의사 2명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충남 천안에서 병원을 공동 운영하던 의사 A씨와 B씨는 2017년 4월 복지부 조사에서 건강보험 급여 허위 부당청구 등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조사 기간 3년간 이들이 부당 수령한 금액은 7400만원이 넘었다. 이런 사실이 적발되자 두 사람은 병원을 폐업하고 각각 다른 병원을 열었다. 복지부는 2021년 3월 이들이 새로 개업한 병원에 대해 30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와 B씨는 복지부에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을 내게 해달라고 했다가 요청대로 처분이 변경되자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새로 문을 연 병원에 대해서는 업무정지·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앞서 복지부는 이들에게 2억2000만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요양급여 7400만원 가량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린 터였다.
법원은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한 요양기관을 폐업하고 새로 요양기관을 개설했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과징금은 행정상 제재·감독 효과를 달성하는 동시에 일반 국민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업무정지 처분을 갈음하는 것”이라며 “요양기관이 폐업해 업무정지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 제재 수단으로서 과징금 처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제재 처분을 받을 우려가 있는 요양기관을 폐업한 뒤 다른 요양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등 제재 회피 수단으로 폐업을 악용하면 업무정지·과징금 부과가 모두 불가능한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또 “업무정지와 과징금은 법적 근거와 성질, 효과가 다른 별개의 처분”이라고 했다.
A씨와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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