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발선, LG가 두 ‘K 구단’을 먼저 보는 이유[안승호의 PM 6:29]
1월 출발선, 아직은 ‘직관’의 시간이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전체 전력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이 확인되는 2월을 보내며 10개 구단의 키재기를 구체화한다.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각 구단 전력이 미완성 상태인 이 즈음에는, 주요 관계자들이 개개인의 통찰력에 기대어 시즌 전체 판도를 내다보기 마련이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새 시즌을 맞는 LG 관계자들 또한 다각도의 시선으로 ‘대항마’를 골라낼 시간. LG 또한 지난 3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직전 시즌 리뷰와 함께 새 시즌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수치적 잣대를 꺼낼 만큼 자료를 정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주요 관계자들은 새 시즌 ‘대항마’를 묻는 말에 같은 데이터를 들고 답변하는 듯 통일성을 보였다.
염경엽 LG 감독, 차명석 LG 단장은 물론 노석기 데이터분석 팀장까지 입을 맞춘 듯 두 구단을 먼저 거명했다. 하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KT, 또 하나는 지난해 5강에 없었지만, 때때로 위협적이었던 KIA였다.
상대적으로 요란한 스토브리그는 아니었다. 스토브리그 전력 이동을 통해 리그 패권이 바뀔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중하위권에 머문 한화와 삼성, 롯데 등이 선수 보강 또는 감독 이동, 프런트 개편으로 전반적으로 새 시즌 기대치가 높아졌다. 리그 전체로는 ‘평준화’ 현상이 뚜렷하다.
LG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지난해 행보를 배경으로 본 몇몇 구단의 ‘잠재력’이었다.
KT와 KIA 모두 주력선수들의 부상 이슈와 외국인선수 부진 등으로 리그 평균치보다 전력 공백이 많았다. KT는 전반기와 중후반기 두 얼굴의 레이스를 했다. 시즌 초반 꼴찌로 허덕인 뒤 6월 이후로는 승률 0.656(63승1무33패)로 높이 날았다. 6월 이후 성적으로는 LG에 7게임차 앞선 1위다. KT는 소형준, 엄상백 등 젊은 선발 자원이 가세하는 선명한 플러스 요인이 있다. LG에서 눈여겨보는 이유다.
KIA는 외국인투수 활약도에 따라 180도 다른 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LG 인사들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투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중도에 합류한 토마스 파노니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0.84(스탯티즈 기준), 숀 앤더슨이 0.63에 그친 가운데 아도니스 메디나는 -0.62, 마리오 산체스는 -0.57로 마운드의 마이너스 전력이 됐다. 외국인투수의 단순 WAR 합계가 0.28에 머물렀다. LG 역시 외국인투수 부침이 있었지만 아담 플럿코와 케이시 켈리의 WAR 합계는 5.81로 저지선을 지켰다.
KIA는 LG와 비교하자면 전체 시즌을 지켜낼 ‘뎁스’에서는 열세가 보인다. 그러나 박찬호, 김도영 등 성장 세력이 에너지가 되고 있는 베스트 라인업에서는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 LG 차명석 단장의 시각이기도 했다. KIA는 새롭게 함께 할 두 외국인투수 중 빅리그 풀타임 선발 경험의 윌 크로우 영입을 7일 공식 발표했다. LG 관계자들의 시각으로는 리그 전체 판도를 움직일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라면’의 단서가 달리는 가정의 시간이다. 정상 전력이 가동할 때를 가정한 시각이다. 눈으로, 마음으로 서로를 판단하는 시간. 29년 만에 우승 한풀이에 이어 ‘황금기’를 세우려는 LG는 ‘K’로 시작하는 두 구단을 먼저 봤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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