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 올랐지만…하청업체 절반 “납품단가, 작년보다 적거나 같아”
지난해 납품 단가(하도급 대금)을 올려달라고 신청한 하도급 업체가 100곳 중 8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하도급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의 하도급 대금을 받았다. 하도급 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원사업자의 비율은 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발표한 ‘2023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9만개 하도급업체 가운데 원사업자에게 대금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비율은 8.6%에 그쳤다. 1년 전(6.8%)보다는 늘었지만, 여전히 10%를 밑도는 저조한 수준이다.
이른바 ‘하청 후려치기’를 바로잡기 위한 하도급 대금 조정 협의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하도급업체는 공사 등을 의뢰받은 뒤 공급원가가 올라 하도급대금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 원사업자에게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하도급업체가 대금 인상을 요청한 경우 원사업자가 인상 요청을 전액 수용했다는 응답은 23.3%였다. 수용률 75% 이상 100% 미만이라는 응답은 30.4%, 50~75% 미만은 22.1%, 25~50% 미만은 8.7%, 25% 미만은 10.2%로 조사됐다.
하도급업체 10곳 중 6곳(64%)은 하도급 대금 조정 협의 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1년 전 응답률(59.1%)보다 5%포인트 가량 인지도가 늘었다. 공정위는 “하도급 대금 조정협의제도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원·수급사업자 모두 공급원가 상승으로 인한 대금조정 신청 비율이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하도급대금 연동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국면에서 하도급업체 절반은 전과 같거나 적은 수준의 대금을 받았다. 전년 대비 하도급 대금 수준이 똑같거나 오히려 깎였다고 답한 하도급업체는 50.0%로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비율은 77.3%로, 전년(86.4%)보다 하락했다. 현금성(현금, 어음대체결제수단) 결제비율(89.1%)도 전년(92.3%) 대비 감소했다. 공정위는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인해 현금지급 여건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법정 지급기일 준수 비율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기술요구 사례는 늘고 있다. 원사업자의 7.2%는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년(3.3%)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원사업자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았다는 하도급업체도 2.9%로 1년 전(2.2%)보다 늘었다.
공정위는 “기술자료에 대한 원·수급사업자의 요구 비율이 증가한 만큼 지속적인 홍보·교육을 통해 기술유용행위의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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