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운명의 중동 순방 시작…레바논 전쟁 개입 방지 총력전
보렐 EU 고위대표도 레바논 찾아
헤즈볼라는 개전 후 최대 규모 공격
이스라엘 “전투는 2024년 내내 계속”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방문을 시작으로 중동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하마스 전체 서열 3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 폭사와 이슬람국가(IS)의 이란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 테러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중동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올해 내내 전쟁을 치르겠다”고 엄포를 놨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7일 개전 후 가장 강력한 공격을 이스라엘에 퍼부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 “진짜 걱정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이라며 “갈등이 더는 심화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로 건너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를 만나서도 “확전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불길이 레바논까지 옮겨붙은 가운데 헤즈볼라의 개입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찾아 “레바논이 분쟁에 끌려가는 상황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도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과 EU가 중동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확전을 막기 위해 쌍둥이 외교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EU가 일제히 레바논의 자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2일 베이루트 외곽에서 발생한 알아루리 부국장 사망 사건 여파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알아루리 부국장은 헤즈볼라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로, 그의 죽음이 자칫 헤즈볼라가 참전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베이루트 인근을 공격한 첫 사례라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켰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퍼부었다. 알자지라는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가한 공격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전날 TV 연설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레바논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이는 레바논 전역이 이스라엘군 공격에 노출된다는 의미”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알아루리 부국장 사망 원인이 됐던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외곽 폭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 도중 IS 테러 공격을 받은 이란도 전면전을 언급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오늘 우리는 적과의 전면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외신들은 여기서 ‘적’이란 이스라엘과 미국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가 이미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이란은 여전히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 제거와 인질 송환, 가자지구 내부의 이스라엘을 향한 위협 제거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전쟁은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또한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 군사 체계 해제를 완료했다”면서도 “이젠 중부와 남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투는 2024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사이 가자지구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민간인은 2만2722명에 이른다. 특히 남부 칸유니스에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운영하는 알아말 병원에 5일째 포격이 이어졌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부의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 기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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