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FDA 허가 건수, 30년간 역대 두 번째… "신약 기대감↑"

이창섭 기자 2024. 1. 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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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FDA 신약 승인 55건… 재작년 대비 50% 증가
30년간 2018년 이후로 두 번째로 많은 허가 건수
코로나19 대유행 종료로 현지 실사·심사 정상화
"바이오텍 자금 유입 늘어날 수도… 신약 개발 생태계에 긍정적"

지난해 FDA(미국 식품의약국)가 55개의 신약을 허가했다. 허가 건수가 전년 대비 약 50% 늘었다. 지난 30년간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신약을 허가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는 고금리 시장 상황에서 투자 감소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FDA 승인 건수가 예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서 신약 개발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FDA 산하의 의약품평가연구센터는 지난해 55개 신약을 허가했다. 38개가 NME(신물질 신약), 17개는 BLA(생물의약품 신약)이다. FDA는 이전에 허가된 적 없는 새로운 물질·분자로 이뤄진 약을 혁신 신약으로 인정하고 매해 승인 건수를 공개한다.

지난해 승인 건수는 전년과 비교해 48% 늘었다. 2022년 FDA가 승인한 신약은 37개에 불과했다. 2016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승인 건수였다. 지난해 50% 가까이 늘면서 FDA 승인 건수는 예년 평균 수준(46건)도 크게 넘었다. 지난 30년간 2018년(59건) 다음으로 FDA가 가장 많은 신약을 승인한 한해였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팍스로비드'를 포함해 6개 약물을 FDA로부터 승인받으며 지난해 가장 많은 신약을 탄생시킨 기업이 됐다. 55건 신약 중에서는 항암제가 13개(2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신약도 있었다. 세계 최초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신약이 FDA 승인을 얻었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도 60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돼 FDA가 허가했다. 장내 미생물을 약으로 이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도 지난해 처음 탄생했다.

지난해 FDA 신약 허가 급증에는 코로나19(COVID-19) 유행 상황의 종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서 FDA 기능이 정상화되고 지연된 심사나 실사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많은 신약이 승인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에는 FDA의 현지 대면 상담이나 공장 실사가 어려웠다. 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심사 최우선순위였기에 다른 약들은 허가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GC녹십자는 2021년 자사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FDA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충북 오창 혈액제제 공장의 현지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듬해 승인을 거절당했다. 당시 GC녹십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오창 공장 실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었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12월에서야 FDA 허가를 받았다.

FDA 신약 승인 추세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약 승인 정상화는 신약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라며 "지난 2년간 둔화했던 바이오텍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아직 높은 이자율과 미국의 중장기적 약가 인하 기조는 투자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현재 고금리, 투자와 상장 감소 등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약 승인 건수 증가는 투자자·신약 개발 기업에 이런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자극이 되고 신약 개발 생태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다양한 신약이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3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레스메티롬'이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대로 허가받으면 전 세계 최초의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가 된다. MSD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소타터셉트'도 3월 중 허가가 예상된다. 이 약은 바이오 시장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선정한 현재 가장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잠재적 신약 가치가 116억달러(약 15조원)에 이른다.

일라이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은 1분기 내 허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35% 늦춘 약이다. 지난해 허가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도나네맙의 FDA 허가를 기점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정복의 꿈이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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