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이젠 나 자신을 조금 더 아끼는 삶 살고 싶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1월1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 작품은 사생활 관련 논란이 있었던 박민영의 컴백작이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 강지원(박민영 분)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운명 개척 드라마다. 성소작 작가가 2020년 내놓은 동명 웹소설이 원작이다.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6%, 최고 6.7%(전국 가구 기준 평균 5.2%, 최고 6.5%)를 기록했다. 수도권과 전국 모두 케이블 및 종편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새해 첫날, 첫 방송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민영은 다소 비장한 모습이었다. 생로랑 브랜드의 벨벳 소재 블랙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는데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역할을 위해 37kg까지 감량한 그 스스로 "죽기 살기로 임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여러모로 박민영에게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연출을 맡은 박원국 감독은 "박민영씨의 공감 능력이 상당히 좋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촬영을 해서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박민영씨가 일일 산타로 변신해서 왔다. 스태프들을 위해 러키 드로 행사를 준비했고, 고가의 선물을 했다. 그런 부분들이 극 중 캐릭터인 지원이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생활 관련 논란을 딛고 복귀했다.
"몸 건강도 정신 건강도 많이 아팠던 해다. '과연 내가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합류하게 됐다. 이런 시간들이 오히려 제게 교훈을 준 것 같다. 내 본업이 무엇인지, 언제가 가장 행복한지, 내가 가장 빛날 때가 언제인지 다시금 알게 된 시간이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짧은 시간이라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내 후회하면서 지냈다. 정신과에서 뇌파 검사를 했는데, '죄책감'이 빨간색 위험 신호가 들어올 정도였다. 지금은 모든 걸 받아들였고 심려 끼쳐드린 것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었다. (사과의 말씀을) 더 일찍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많이 건강한 상태라 더 진정성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동안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겠다고 항상 말해 왔는데, 많이 후회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박민영은 2022년 자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와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강씨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친동생과 공모해 빗썸 관계사에서 628억원가량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최근 보석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자친구였던 박민영도 당시 이 사건의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민영에게 강씨의 부당이득 취득 과정에 관여했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영의 친언니가 빗썸 관계사인 인바이오젠 사외이사로 등기돼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당시 박민영은 열애설이 보도된 지 이틀 만에 결별 소식을 전했다. 소속사는 "박민영은 현재 열애설 상대방과 이별했다"며 "열애 상대방으로부터 많은 금전적 제공을 받았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친언니 역시 논란이 일자 사외이사에서 자진 사임했다.
극 중 암 투병 캐릭터를 위해 살을 많이 감량한 것으로 안다.
"(극 중에서) 절대 가볍게 넘어가면 안 되는 지점이 있어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건강하게 빼는 건 (캐릭터) 느낌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소식을 하며 (감량했고), 촬영할 때는 이온 음료를 마시며 버텼다. 사실 이런 방법은 여러분들께는 절대 권유하지 않는다."
힘들진 않았나.
"제작진이 배려해 줘서 감량 부분을 가장 먼저 찍었다. 죽는 장면까지 찍고 2주 정도 시간을 주며 5㎏ 찌우고 오라고 하더라. 열심히 찌우긴 했는데 위가 워낙 작아져 있어 살을 찌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쁜 마음으로 했다.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 제가 또 언제 이렇게 캐릭터에 열정을 다 쏟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어 마지막까지 힘을 짜보자 하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했다."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다. 연기적으로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뒀나.
"캐릭터가 자존감이 낮고, 정은 많다. 주체성이 부족해 틀 안에 살던 인물이다. 물론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것을 많이 빼앗긴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다가 남편과 절친에게 죽임을 당하고 난 후 확실하게 각성하고,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2회 차라는 선물 같은 기회를 얻게 된다. 사소한 제스처나 목소리, 옷차림, 머리 스타일까지 바닥을 쳤던 사람이 서서히 운명을 개척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그리려 했다. 각성하고 발전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나.
"(바람을 피운) 남편과 절친, 그들에게는 자비 없이 용서를 안 해줄 정도로 독이 많이 쌓였다. 그리고 한 번도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다가 이성에게 사랑을 받았을 때 벅찬 것도 엄청난 인물이다. 한마디로 외로운 늑대소녀 같았다. 나중에 지원이가 사랑을 많이 받게 되는 캐릭터라 행복했다."
극 중 캐릭터처럼 인생 2회 차를 살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게 있나.
"스무 살 때부터 매일 일만 해와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스스로에게 여유를 조금 주고 싶다. 저를 조금 더 아껴주는 삶을 살고 싶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은 것도 많이 담고 싶다. 사진 찍느라 촉박한 시간 말고 오로지 눈에 담는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
배우로서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묵묵히 잘 걸어가는 배우이고 싶다.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주변 칭찬에도 충분히 춤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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