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속 플라스틱 공의 비밀 아시나요...부드러운 거품 향한 정성 담겠죠" [New & Good]
"매운 음식부터 디저트까지...새로운 맛 느껴보세요"
기네스 맥주를 음식과 곁들인 첫 기록이 1837년입니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일기에 기네스와 굴을 함께 먹었는데 최고의 맛이었다고 적었거든요.
기네스 글로벌 앰배서더 폭시 패드릭
흑맥주인 기네스가 음식과 함께 즐기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기네스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폭시 패드릭은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받아쳤다. 한국 맥주 시장은 청량한 느낌이 강하고 맛과 향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라거가 압도한다. 그런 곳에서 과연 기네스의 독특한 맛과 향이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디아지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패드릭은 지난해 미국과 카자흐스탄, 케냐에 이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글로벌 앰배서더는 세계 각국에 유통되는 기네스 맥주의 품질을 관리하고 판매, 유통 담당자 교육과 더불어 홍보를 한다. 기네스에서는 1892년 처음 글로벌 앰배서더가 생겼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기네스에서 20년째 근무 중인 패드릭은 기네스의 유일한 글로벌 앰배서더로 2년 넘게 일하고 있다.
기네스 하면 떠오르는 커피향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보리 로스팅 시설에서 비롯된다. 패드릭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브루하우스에서는 1년에 3,000톤(t)가량의 보리를 로스팅하는데 커피와 비슷하게 고온에서 로스팅을 거친다"며 "전체 기네스에 들어가는 보리 중 실제로 로스팅된 보리는 10%지만 여기에서 기네스 특유의 '루비 레드' 빛깔이 나온다"고 말했다.
질소 역시 크림같이 부드러운 거품을 강조하는 기네스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맥주에 질소를 불어넣기 위한 기네스의 집착은 엄청나다. 바의 생맥주 탭에서는 장치를 통해 질소를 넣어 기네스 특유의 '크리미 헤드'를 만드는데 가정에서도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 1988년 현재 우리가 아는 기네스 병 속 플라스틱 공 '위젯'을 만들었다. 위젯 안에 질소를 충전해 맥주 캔을 열면 질소가 방출, 부드러운 거품을 생성한다.
바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맥주라는 이미지가 강한 기네스는 음식이나 디저트에도 잘 어울리는 친근한 맥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네스는 그릴에 구운 소고기와 궁합이 좋고, 매운 음식과도 훌륭하게 어울린다고 패드릭은 강조했다. 그는 "거품이 많은 맥주는 매운 음식과 먹으면 입안에서 매운 맛이 강화된다"며 "질소는 거꾸로 불을 끄는 것처럼 매운 맛을 순화시켜주기 때문에 질소가 풍부한 기네스와 함께 하면 매운 음식을 더 잘 먹을 수 있게된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기네스에는 유일하게 짠맛이 없는데 한국 음식들은 짠맛이 많다 보니 기네스와 페어링하기 좋다"며 "굴 등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맥주에 달콤한 디저트도 어울려"
한편 커피향이 나는 흑맥주인 기네스는 달콤한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네스의 신제품인 '기네스 콜드브루'가 바로 이 장점을 극대화했다. 특유의 로스트 커피향과 달콤한 초콜릿, 캐러멜향이 조화를 이루고 크리미한 거품이 달콤 쌉싸름한 커피향과 어우러진다. 아일랜드와 영국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6월 한국에만 내놓았다. 커피와 디저트 시장이 큰 한국에서 '주말 낮에 디저트와 함께 먹는 가벼운 맥주'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의도다.
위젯이나 기네스 콜드브루와 같은 기네스의 혁신은 더블린의 '오픈게이트 브루어리'에서 이뤄진다. 2021년 업소용으로 첫 출시한 '기네스 마이크로 드래프트'도 이곳의 작품이다. 기네스 마이크로 드래프트는 소용량 케그 시스템으로 기존 대용량 케그 시스템에 꼭 필요한 맥주 라인이나 가스통, 냉각 시스템이 없어도 된다.
패드릭은 "원래 바텐더가 잔에 맥주를 따를 때 45도 기울여 따라야 하는데 이 시스템에서는 자동으로 컵이 기울어졌다가 다시 바로 세워져 버튼만 누르고 다른 일을 해도 생맥주가 완성된다"며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호스피탈리티(환대 서비스) 산업 자체가 많이 바뀌면서 도입하게 된 것으로 기네스는 항상 혁신과 새로운 기술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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