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무리하게 팔았다”… 금감원, 국민銀·한투證 등 12개사 현장검사

김유진 기자 2024. 1. 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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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점검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등 판매 관리상 문제 적발
이달 8일부터 순차 검사 시작
금감원 “고객이익 고려하지 않은 영업행태, 엄중 조치”
그래픽=손민균

금융감독원은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와 관련해 오는 8일부터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업권별 최대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한 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등 법규 위반사항을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실시한 현장 및 서면 점검에서 KB국민은행 등 일부 판매사가 H지수 ELS 상품 판매 과정에서 한도 관리를 미흡하게 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또, 본점 차원에서 영업점 직원들이 고위험·고난도 상품인 ELS의 판매를 늘리도록 유인한 정책과 계약서류 미보관 등 관리체계상의 문제도 적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주요 12개 판매사의 H지수 ELS 판매실태 등 점검을 위해 현장·서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상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12개 판매사는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부문 부원장보는 “일부 금융사의 판매 한도관리 미흡과 계약서류 미보관 등 법규위반 소지와 같은 전반적인 판매 관리체계상 적지않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H지수 ELS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로, 홍콩H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며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ELS는 손실 발생의 기준점이 되는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에 판매된 상품이 올해 1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면서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고 줄곧 하락하다가 최근 5600선에 머물고 있다.

H지수 ELS의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은행권에서만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이 팔렸다. 증권의 판매잔액은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이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을 대상으로 17조7000억원이 판매돼 전체 판매의 91.4%을 차지했다. 법인은 1조6000억원이 팔렸다.

금감원은 H지수 ELS 판매사들이 2021년 초 홍콩 증시 위기상황과 판매사 자체 기준을 감안해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음에도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오히려 판매한도를 증액해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변동성 30% 이상이면 자체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하겠다고 정했으나, 상품이 인기를 끌다 보니 이 자체 규정을 목표금액의 80%까지 끌어올린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 당국이 2020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신탁상품 판매 금지를 발표하자 은행권은 고객 보호를 전제로 상품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공모 ELS 잔액 내에서 신탁 판매를 허용하며 ▲KB국민은행 12조9000억원 ▲하나은행 6조2000억원 ▲신한 5조9000억원 ▲우리은행 4조2000억원 ▲NH농협은행 3조2000억원 ▲SC제일은행 1조7000억원의 판매한도를 설정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건물.

일부 은행은 KPI에서 고위험 ELS·주가연계신탁(ELT)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점수가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이 높다는 것은 KPI가 직원의 실적 평가라는 점에서 직원들이 ELS·ELT 판매를 늘릴 유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박 부원장보는 “KB국민은행의 경우 KPI에서 고위험 ELS·ELT 관련된 점수가 410점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펀드 수익률은 바로 수익률이 나와 KPI에 반영되지만, ELS나 ELT 상품은 구조가 6개월마다 조기상환청구권이 있는 구조인데 (중도해지가 되지 않으면) 손실이 났더라도 예상수익률(쿠폰금리)을 KPI에 반영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부원장보는 “고객 수익률이 0인데 처음에 계약한 쿠폰금리를 KPI에 반영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H지수가 떨어지면서 조기상환청구가 되지 않으니 은행 영업점은 KPI를 쿠폰금리로 계속 받았고, 고객의 중도해지 요청이 있더라도 중도해지가 되면 실질 손실률이 반영돼 KPI가 깎이니 중도해지를 요청해도 하지 않은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에 H지수 ELS 판매사 조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규 위반 여부와 함께판매 한도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에 대해 심층 점검할 계획이다. 오는 8일부터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다른 10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서도 신속히 점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회사의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특히 은행권은 DLF 사태 이후 ’고객이익 보호’ 중심의 영업을 전제로 고난도 금융상품의 신탁 판매 허용을 요청했던 점을 감안해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 등으로 인해 촉발된 위법사항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현장조사와 함께 분쟁민원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민원조사도 실시한다. 분쟁 민원에 대해서는 관련법령상의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있게 고려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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