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정리하다 추락사한 시설관리 직원…건물관리자, 2심도 무죄

유종헌 기자 2024. 1. 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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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시설관리 용역업체 직원에게 전선 정리 작업을 지시하면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건물 관리자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용역업체 직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정덕수)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6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서울 강남구 소재 건물의 전기설비 관리 업무를 맡았던 A씨는 2020년 10월 경비·시설 관리 용역업체 근로자인 B씨에게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전선 정리를 맡겨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안전모를 쓰지 않고 높이 2.5m 천장의 전선을 정리하다가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전선 정리를 지시하면서도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 조치를 다 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누구의 지시도 없이 스스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A씨가 사고 전날 용역업체에 시설물 설치를 요청했으나 관리소장 C씨가 ‘용역계약상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작업’이라며 거절하자 다음 날 부하직원인 B씨에게 직접 작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C씨가 사고 전날 B씨에게 명시적으로 본인 허락 없이는 시설물 설치를 도와주지 말 것을 지시했는데도 이를 어기고 작업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작업을 지시했다면 A씨가 작업을 보조했을 것”이라며 “현장 사진과 증언에 따르면 B씨는 혼자 작업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두 사람의 사무실이 다른 건물에 위치한 점과 전날 B씨의 퇴근 시간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작업을 지시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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