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판매 1위 국민은행, 직원들에 불완전판매 부추겼다

이재연 기자 2024. 1. 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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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KB)국민은행이 직원들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실적을 인사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점검 결과 국민은행은 주가연계증권 판매 확대를 유도하는 핵심성과지표를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판매 실적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핵심성과지표는 과거 라임·디엘에프 불완전판매 사태 때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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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확대 유도하는 ‘핵심성과지표’ 운용
금융감독원 전경. 신소영 기자

케이비(KB)국민은행이 직원들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실적을 인사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디엘에프(DLF) 불완전판매 사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던 은행권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장검사에 나서 실제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12월 실시한 점검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를 편입한 주가연계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12곳을 상대로 점검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15일 기준으로 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 판매잔액 중 약 80%(15조4천억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최근 H지수가 가입 시기인 2021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태인 만큼 대부분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점검 결과 국민은행은 주가연계증권 판매 확대를 유도하는 핵심성과지표를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연계증권은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보고 특정 수준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해주는 구조의 상품이다. 조기상환 때는 원금과 함께 쿠폰 이자를 지급한다. 국민은행은 기초자산 가격이 너무 낮아서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6개월마다 쿠폰 이자를 판매 직원의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성과지표의 41%가 주가연계증권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런 핵심성과지표 체계가 불완전판매를 부추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인사평가를 염두에 둔 판매 직원들이 고객의 중도해지 요청을 무마했을 여지도 있다. 이처럼 판매 실적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핵심성과지표는 과거 라임·디엘에프 불완전판매 사태 때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바 있다. 이후 은행들은 판매 실적이 아닌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는 쪽으로 개선해왔으나, 국민은행에서는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명목적으로는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판매 실적을 반영한 셈”이라고 말했다.

본점 차원에서도 판매 확대를 위해 내부규정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 내부규정은 주가연계증권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특정 수준을 웃도는 경우 자체적으로 설정해둔 판매목표금액의 50% 내에서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2021년에 변동성이 해당 기준 이상으로 확대됐음에도 판매 한도를 목표금액의 50%에서 80%로 증액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8일부터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이달부터 손실 확정이 본격화하는 만큼 불완전판매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고위험 상품인데도 잔액의 30% 안팎이 65살 이상의 투자자에게 판매됐다는 점도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부원장보는 “불완전판매 등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사항을 빨리 확인해서 배상 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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