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홍콩 ELS 한도 늘려 팔았다…국민銀·한투證부터 현장검사
KPI에 ELS 실적 포함시켜 판매 확대 유도…계약서류 미보관도
[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올해 대규모 손실이 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부 금융사들이 고위험·고난도 투자상품 판매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익 증대를 위해 한도를 늘려 홍콩 ELS를 판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번주부터 홍콩 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2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12월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H지수 ELS 판매실태 점검을 위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반적인 관리체계상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신탁 판매를 금지하려 했다. 이에 은행권은 규제가 지나치다고 반발했고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한도를 설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특정 요건을 갖춘 공모 ELS에 한해 신탁 판매를 허용했다.
조사 결과 2021년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군과 연계된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며 비롯된 홍콩 증시의 위기 상황에서도 판매사들은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하기는커녕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오히려 판매한도를 증액해 판매했다.
ELS 편입 주가지수의 위험 증가시 판매한도를 감축한다는 판매사 자체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국민은행의 경우 변동성이 30% 이상 확대되면 자체적으로 한도 내 목표 금액의 50%만 판매를 하겠다고 내부 규정에 정했는데 2021년도에 많이 팔리니까 자체적으로 그것을 80%까지 끌어올려서 판매를 한 사례가 발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나름대로 하나하나 따져보고 이 지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판매 한도를 급작스럽게 80%로 늘린다든지 하는 부분은 본점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했다.
판매사들은 승진이나 성과급 책정에 반영되는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 실적을 포함시켜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박 부원장보는 "통상 은행권 KPI가 1000점 만점인데 고위험 ELS나 ELT(주가연계신탁)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주요 지표 점수 비중이 30~40% 정도 된다"며 "특히 국민은행 같은 경우 1000점 만점에 약 410점이 ELS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 수익률을 KPI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조기 상환을 한 고객 수익률 뿐만 아니라 평가가격이 기준가격에 미달해 조기상환을 할 수 없는 고객들에 대해서도 약속된 수익률대로 KPI 점수에 반영했다.
박 부원장보는 "예를 들어 고객의 약정 수익률이 5%라면 6개월 후 조기상환시 5% 수익률이 KPI에 반영되는데 지수가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수익률이 제로가 되기 때문에 다시 6개월 연장을 하든가 고객이 환매신청을 해야 하는데 KPI에는 고객이 손실이 났는데도 똑같은 5% 수익률을 반영시켜줬다"며 "그러다보니 은행 직원들이 이 상품을 계속해서 많이 팔 유인이 발생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난 채 고객이 중도 해지를 하면 KPI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반영이 되다 보니까 고객이 중도 해지를 요청해도 은행 직원들이 해지를 안 해준 사례도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계약 체결·이행 관련 자료는 10년간 보관토록 한 금융소비자법상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주요 금융사의 판매 한도관리 미흡과 법규위반 소지 등을 보다 정밀하게 점검해 확정하기 위해 이번주부터 현장검사에도 나선다. 지난 점검에서는 국민은행의 경우 현장조사를, 나머지 11개 금융사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실시했다.
오는 8일 은행과 증권 업권에서 홍콩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중에 나머지 10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서도 신속히 현장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홍콩 ELS 판매과정에서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판매 한도관리는 적정했는지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심층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홍콩 ELS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분쟁민원 관련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민원조사도 병행한다.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는 없었는지에 대한 검사도 이뤄진다.
박 부원장보는 "신속하게 현장검사도 실시하는 이유가 소비자 피해가 이제 계속 발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가능하면 신속하게 불완전판매나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 사항 등에 대해 빨리 정리를 해서 나름대로 배상 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회사의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은행권이 지난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 중심의 영업을 전제로 ELS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 신탁 판매 허용을 요청했던 점을 감안해 고객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나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홍콩 ELS 관련 분쟁민원에 대해서는 관련법의 형식적 요건 준수 뿐만 아니라 판매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도 균형 있게 고려해 처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구성한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 를 중심으로 검사부터 분쟁조정, 제도개선 검토에 이르는 과제를 신속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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