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거나, 깎이겠죠···” 직장인들의 새해 전망은 ‘흐림’
직장인 A씨는 요즘 회사 대표에게 나흘째 퇴사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는 “다른 회사 갈 생각 없냐” “나가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해고하고 싶다”는 등의 말로 여러 차레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회사가 입을 불이익 때문에 해고나 권고사직 대신 저를 괴롭혀서 나가게 하려는 것 같다”며 “괴롭히는 사람이 대표라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올해 경기 악화로 해고나 임금 삭감 등 고용관계가 나빠지리라 전망했다.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 약자’일수록 해고·권고사직·희망퇴직에 취약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4일~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고용관계 변화 전망을 물은 결과, 응답자 45.3%가 정리해고·구조조정·고용형태 악화·임금 삭감 등 고용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7일 밝혔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20.6%로 가장 높았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고용형태가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15.1%,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는 응답은 9.6%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가 부정적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65.5%는 ‘올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69.4%)이 남성(62.5%)보다, 도소매업(71.0%) 종사자들이 다른 업종 종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정 전망 비율이 높았다.
고용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대응은 처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사무직(24.0%), 건설업(24.1%), 숙박 및 음식점업(25.8%), 300인 이상 사업장(26.9%)에서 비교적 높았다. 고용형태 악화에 대한 우려는 여성(17.7%), 비정규직(20,8%), 생산직(19.0%), 건설업(25.9%), 일반사원급(19.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회사가 경영 악화로 해고·권고사직·희망퇴직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말에 11.4%는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13.5%는 ‘수용하겠다’고 답했고, 63.2%는 ‘충분한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해고·권고사직·희망퇴직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정규직(14.3%), 노조 조합원(31.5%), 300인 이상 사업장(14.4%) 등에서 비교적 높았다. 비정규직(7.0%), 비조합원(8.5%), 5인 미만 사업장(6.6%),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5.0%)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직장갑질119는 “경기침체나 경제위기의 여파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조합 비조합원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사각지대에 있는 간접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고용보험이 적용되도록 하고, 실업급여 보장수준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경제위기에서 일터 약자들을 보호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수행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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