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가 싶다”, 노경은·고효준의 철저한 ‘몸 관리’…무적 신세서 다시 ‘억대 연봉’으로
김원형 전 SSG 감독은 2023시즌 베테랑 노경은(40)과 고효준(41)이 몸 관리를 하는 방식에 대해 “병인가 싶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신이 정한 운동 루틴을 철저하게 꼬박꼬박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한 말이다. 가령 노경은은 경기 뒤 회복운동 삼아 러닝머신을 탄 이후에야 퇴근했고, 고효준은 특히 근력 운동을 꾸준히 했다고 한다. 불혹의 나이가 된 노장 선수들이 택한 ‘생존법’이다.
노경은과 고효준은 철저한 몸 관리를 바탕으로, 지난해 팀 불펜을 책임지는 핵심 구원 투수로 활약했다. 76경기에 등판한 노경은은 9승5패 2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 3.58을 기록하며, 리그 홀드 부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인상적인 기록은 단연 ‘이닝’이었다. 노경은은 리그 전체 구원 투수들 가운데 가장 긴 83이닝을 소화했다.
좌완 불펜의 기둥이었던 고효준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는 노경은에 이어 팀 내 2번째로 많은 73경기에 출장해 58이닝 4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 4.50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SSG 불펜의 경쟁력은 마무리 투수 서진용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한 이 둘의 존재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도 2023시즌 팀 불펜을 떠받친 베테랑들의 헌신을 잊지 않았다. SSG는 지난 6일 “2024시즌 재계약 대상자 44명과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2세이브로 ‘세이브상’ 타이틀을 거머쥔 서진용이 기존 2억6500만원에서 1억8500만원(69.8%) 인상된 4억5000만원에 계약한 가운데, 노경은과 고효준의 연봉도 대폭 인상됐다. 지난해 1억7000만원을 받은 노경은은 올해 1억원(58.8%) 오른 2억7000만원을 받게 됐고, 고효준은 기존 8500만원에서 6800만원(80.0%) 증가한 1억53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1시즌 종료 뒤 각각 롯데와 LG에서 방출당한 노경은과 고효준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2022시즌 SSG 유니폼을 입었다. 은퇴해도 무리가 없던 나이에 SSG로부터 현역 연장의 기회를 받은 두 베테랑은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활약으로 올해 큰 폭의 연봉 인상까지 이뤄냈다. 불과 3년 전 ‘무적’ 신세였던 이들이 다시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던 배경에는 엄격한 자기 관리가 있다. 2024시즌에도 불혹의 불펜 듀오 노경은과 고효준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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