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시 캐나다 작은 마을서 벌어진 기적

서정민 기자 2024. 1. 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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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인구 1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 승객 7천명을 태운 비행기 38대가 불시착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갠더 마을 주민과 비행기 승객 사이를 오간다.

예컨대 차지연이 비행기 기장과 갠더 마을 학교 선생님을 함께 연기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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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장면. 쇼노트 제공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비행기를 이용한 추가 테러 우려에 미국 영공은 폐쇄됐다. 미국으로 향하던 수많은 비행기들은 인근 다른 공항으로 기수를 돌려야 했다. 캐나다 북동쪽 끝 뉴펀들랜드의 조용한 마을 갠더는 하루 아침에 북새통으로 변했다. 인구 1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 승객 7천명을 태운 비행기 38대가 불시착했기 때문이다. 거의 인구수에 맞먹는 낯선 손님들을 맞게 된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며 불안에 떠는 이방인들을 보듬었다.

캐나다 출신의 아이린 샌코프와 데이비드 하인은 이 실화에 크게 감명받았다. 그들은 9·11 테러 10주년인 2011년 갠더를 찾아가 마을 주민들과 10년 전 이곳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노래를 만들어 뮤지컬 작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5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첫 공연을 선보였고, 201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미국 토니상, 영국 올리비에상 등 세계 유수의 시상식 상도 휩쓸었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장면. 쇼노트 제공

‘컴프롬어웨이’가 마침내 국내 관객들을 만났다. 지금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초연(2월18일까지) 중이다. 뮤지컬 제작사 쇼노트는 원작의 대본과 음악을 유지한 채 나머지를 자유롭게 재창작하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작품을 들여왔다. 박소영이 연출을 맡았고, 남경주·최정원·이정열·서현철·고창석·정영주·신영숙·차지연 등 낯익은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 작품의 특징은 주연과 조연, 앙상블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무대에 모두 12명의 배우들이 오르는데, 전원 일인다역을 소화한다. 최소한 5역, 많게는 10역까지 연기하는 배우도 있다. 배우들은 갠더 마을 주민과 비행기 승객 사이를 오간다. 예컨대 차지연이 비행기 기장과 갠더 마을 학교 선생님을 함께 연기하는 식이다. 이는 서로 상대방 처지에 서서 헤아려보는 역지사지의 태도와도 연결된다. 인종, 언어, 종교, 성적 지향 등이 제각각이어도 인류애로 하나 되어 재난을 극복하는 공동체의 힘이 주조연이 따로 없는 군상극 형태를 통해 극대화된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장면. 쇼노트 제공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켈트 문화권의 전통음악인 켈틱 음악을 사용한 점도 독특한 색깔을 입힌다.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뉴펀들랜드에 영국에서 온 어부들이 정착해 살면서 켈틱 음악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사실 갠더 마을 주민과 승객 모두 외지에서 온 이방인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낯설지만 푸근한 켈틱 음악으로 하나 되어 노래하고 춤추는 대목은 작품의 메시지와도 통한다. 만돌린, 아이리시 휘슬, 피들, 아코디언 등 연주자들까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마을 잔치 장면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닷새의 시간이 흐르고 비상 상황은 종료된다. 이륙하는 승객들은 작별을 서운해하면서도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다. 배웅하는 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들 표정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다. 따뜻한 정이 그리울 때 보면 후회 없을 작품이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포스터. 쇼노트 제공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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