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최동훈 “우여곡절도 상처도 많지만···가장 사랑스러운 작품”[인터뷰]

최민지 기자 2024. 1. 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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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의 최동훈 감독. CJ ENM 제공

최동훈 감독(53)에게 지난 1년 반은 ‘섶에 누워 쓸개를 씹는’ 시간이었다. 6년을 공들인 <외계+인 1부>의 흥행 실패가 뼈아팠지만 넋 놓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의 앞엔 이미 촬영을 마친 2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나에게 일상은 없다’고 마음먹었다. 매일 편집실로 출근해 농부처럼 일했다. 저녁이 되면 불을 끄고 그날의 편집본을 봤다. 그때마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아니다’를 되뇌며 뇌를 속였다. 그러다 걸리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면 다음날 다시 작업을 하고, 또 어둠 속에서 영화를 봤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는 이 과정을 ‘무한반복’한 결과물이다. “2부 후반 작업을 하면서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시작했어요. 편집실 문을 박차고 나와 담배를 사서 피웠죠. 도 닦는 심정이 어떤 건지 알겠더라고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감독은 지난 1년 반을 회상하며 말했다.

<외계+인 2부>는 재작년 7월 개봉한 1부의 뒷이야기다. 지구인의 몸에 가둬놓은 외계의 죄수들이 탈옥하고,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죄수들과 이를 쫓는 또 다른 외계인 그리고 인간이 고려 말기에 불시착한 이후를 그린다. 과거에 갇힌 이안(김태리)은 도사 무륵(류준열)의 도움을 받아 썬더(김우빈)와 함께 현대로 돌아가려 한다.

“1부는 ‘매혹’에 대한 영화라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세계와 그 속에 사는 인물들이 신기하고 매혹적이었으면 했어요. 2부는 몰입감이 강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보통의 영화가 기승전결이라면 2부는 ‘승승전결’이라는 느낌이에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인 만큼 편집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구성과 디테일을 조금씩 바꿔가며 최고의 버전을 찾는 과정에서 완성된 편집본은 52편에 달한다. 편집으로 부족한 일부 장면은 새로 촬영했다. 이미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인 배우들에게 새 대사를 주고 녹음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 감독이 이번 영화에 이만큼 심혈을 기울인 데는 1부의 충격적인 흥행 참패가 있었다. <암살>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1부는 그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무협사극과 SF 장르를 혼합한 데다 하나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개봉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이기도 했다. 성적표는 초라했다. 많은 관객은 독특하지만 다소 복잡한 설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최 감독 작품의 장점인 맛깔난 대사도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1부는 손익분기점 5분의 1 수준인 관객 15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해온 최 감독에게는 처음 겪는 실패였다.

<외계+인 2부>는 2022년 7월 개봉한 1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에 갇힌 이안(김태리)은 도사 무륵(류준열)의 도움을 받아 신검을 찾아 현대로 돌아간다. CJ ENM 제공
삼각산에 사는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외계+인 2부>에서도 가장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두 신선이 2부에서 현대로 날아오게 된다. CJ ENM 제공

“1부는 장르적으로 낯설고 극 중 시간과 공간이 계속 바뀌잖아요. 그 점에 대해 오래 생각했어요. 몰입감 있게 하기 위해 제가 보고 또 보고 하는 수밖에 없죠. 1부를 본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했어요. 어떤 부분이 몰입을 방해하는지, 어느 대목에서 몸을 뒤로 젖혔는지요.” 122분인 2부 러닝타임 중 앞의 1시간을 편집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썼다. “긴장감을 쌓아올려 끝까지 질주하게끔” 하는 데 집중했다.

와신상담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1부가 복잡한 설정과 수많은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진을 뺐다면, 지난 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외계+인 2부>는 1부가 깔아놓은 도로 위를 막힘없이 질주한다. 이안과 무륵을 중심으로 등장인물 간 감정이 살아났고, 두 신선 흑설(염정아)·청운(조우진)을 필두로 한 코미디도 한층 강해졌다. 일각에선 속편(3부)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이 같은 반응에 최 감독은 “이 장르에 대한 관객의 낯섦이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과 안도감이 들었다”면서도 속편에 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어요. ‘애초 드라마로 만들지 그랬냐’거나 ‘영화를 재편집해 드라마로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말들이요. 그런데 아직 제 머릿속엔 온통 <외계+인 2부>뿐이라 잘 모르겠어요. 이 작품은 특수효과도 많고, 세계관 만들기도 어려워서 난도가 높은 영화거든요.”

2부를 준비해온 지난 1년 반이 힘들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최 감독은 “처음에는 어디서 의지를 끌어와야 할지 몰라 힘들었지만, 작업을 할수록 ‘영화를 만드는 건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어쩌면 2부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테이블 위에 놓인 최 감독의 휴대전화 뒷면엔 ‘외계+인’이 적힌 흰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누가 뭐래도 <외계+인>은 그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휘둥그레’하며 찍었다면 <타짜>는 ‘영화 찍는 게 행복하구나’ 생각하며 찍었습니다. <외계+인>은 우여곡절과 상처도 많아요. 그런데 후반 작업이 끝나니 이 영화가 제일 사랑스러워요. 다른 영화들은 만들고 나면 슥슥 잘 빠져나왔는데… 아마 <외계+인>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리뷰]최동훈 감독 7년만의 신작 ‘외계+인’… 다채로운 볼거리와 신선한 시도, 약이 될까 독이 될까
     https://www.khan.co.kr/culture/movie/article/202207141126011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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