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청룡 기운 가득한 여행지는 어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푸른 용 꿈틀대는 고흥 영남 용바위/용이 휘감은 경북 예천 회룡포 마을/소원 하나 꼭 들어주는 부산 해동용궁사
우리나라 전설에서 용은 여의주를 품고 하늘로 오르는 모습으로 자주 그려진다. 유럽 신화에선 하늘을 날며 불을 뿜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용 중에서도 으뜸은 청룡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四神) 중 하나다. 용이 도를 깨우쳐 신선의 존재가 되면 몸의 비늘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바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에 청룡은 왕권은 물론, 생명, 번영,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용의 전설이 지닌 여행지가 수도 없이 많지만 특히 전남 고흥 미르마루길에는 푸른 용의 전설이 듬뿍 담겼다. 바로 영남면 우천리 용암마을 해변에서 만나는 영남 용바위다. 우주발사전망대∼다랭이논∼몽돌해변∼사자바위 포토존∼미르전망대∼용바위로 이어지는 미르마루길은 3.37㎞로 1시간 정도 걸리며 그 길 끝에 용바위가 펼쳐진다. 해변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영락없는 용의 머리를 닮은 용두암이 여행자를 반긴다. 마을 사람들이 승천한 용을 보고 싶다고 간청하자 하늘에서 용두암을 내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경북 예천군에도 용과 관련된 마을이 있다. 아예 이름이 용궁면 회룡포길이다.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한 바퀴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모습을 닮아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동화처럼 평화로운 마을은 폭우가 내리면 육지 속의 섬으로 변해 버린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의 해동용궁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힌다. 특히 일출 풍경이 빼어나 새해에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해동용궁사는 1376년 공민왕 때 왕사 나옹대사가 창건했으며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하나다.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데 누구나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룬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 여행객도 많이 찾는 부산 여행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사찰 입구에는 돌로 만든 십이지신상이 도열해 여행자를 반긴다. 저마다 자신의 띠 동물을 찾아 인증샷을 찍는 시간. 대학에 합격하는 학업성취불, 코와 배를 만지면 자손을 얻는다는 득남불을 구경하며 108 장수계단을 내려가면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는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지옥에서 고통을 겪는 중생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이 바다를 등지고 앉은 곳이 해돋이 명소로 꼽혀 새해가 되면 많은 이가 찾아 건강한 한 해를 기원한다. 진신사리탑 아래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으로 사찰 곳곳의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대웅보전 옆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마을 사람들이 용왕에게 풍어와 안전을 빌던 풍습이 깃든 용궁단이 세워져 있다. 광명전엔 오른손으로 팔베개하고 누운 와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웅전 뒤 계단을 오르면 단일 석재로 만든 우리나라 최대 규모 불상인 약 10m 높이의 해수관음대불을 만난다.
고흥·부산=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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