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달라진 사극 속 女주인공, 말타고 활쏘고 이혼 요구하고…'연인' 안은진→'열녀박씨' 이세영

이정혁 2024. 1.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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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진, 이세영(왼쪽부터). 사진 출처=MBC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말타고 활쏘고 여전사가 따로 없다.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등 사극 속 여주인공 캐릭터가 달라졌다.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지고지순 지아비만 바러보던 시절은 끝났다.

최근 전무후무 180도 다른, 주체적 사극 캐릭터로 한 획을 그은 이로는 제일 먼저 안은진을 떠올리게 된다.

지난해 말 연기대상을 휩쓴 '연인'에서 안은진은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잡초보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는 길채 역을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극중 안은진은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것으로 자신을 의심하는 남편에게 먼저 당당히 이혼을 요구,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유 또한 지금껏 사극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것. 안은진은 오랑캐에게 욕을 당했다면 그건 자기 잘못이 아니니 절대 이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을 남궁민에게 줬기 때문에 이혼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출처=MBC

이같은 주체적이고도 강인한, 새로운 사극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그 결과 안은진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과 베스트커플상 등을 휩쓸었다.

지난 6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이세영도 마찬가지다. 여왕이 아닌 이상, 수동적이며 남자 주인공의 들러리로만 그려졌던 기존 사극의 틀을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주인공 박연우로 분한 이세영은 마지막까지 극의 중심을 오롯이 이끄는 저력을 입증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또 앞서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그러하듯이, 이세영이 연기한 박연우는 운명에 주저앉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절대 아니었다.

극중 현대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간 이세영은 배인혁(강태하 역)이 음독 살해되는 것을 막고, 한발 더 나아가 가문을 위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여성의 비극을 막기 위해 직접 왕에게 이같은 악습을 알렸다.

이뿐아니다. 직접 악인을 잡기 위한 말 액션신까지 소화해냈다. 도망가는 악인 이준혁(황명수 역)을 잡기 위해 말을 탄 이세영은 달리면서 화살을 쏘는, 말그대로 여전사로서의 매력까지 발휘하면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세영 또한 박연우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듯, 7일 소속사를 통해 "연우로 산 지난 1년은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며 사랑이 많은 , 어느 때보다 용기 있는 한 해였다. 꿈과 사랑 앞에 모든 걸 던지는 연우를 보며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벅차기도 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

이어 "작품을 통해 만난 제작진과 배우분들, 모두와 함께여서 늘 웃을 수 있었고 힘이 났다. 드라마를 시청해 주신 여러분께서도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을 통해 행복하셨기를 바란다 . 이렇게 멋진 연우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신 작가님 , 감독님 , 그리고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며 함께 호흡한 이들과 시청자들에게 애정이 담긴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최종회에서는 박연우가 조선시대 강씨 집안의 악행을 밝혀내고 억울한 '열녀'가 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박연우는 덕구(이준혁)로 인해 죽을 위기에 놓이자 절벽 아래로 떨어진 후 현대로 돌아와 강태하와 재회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드리웠다.

사진 출처=MBC

극 중 조선으로 돌아온 박연우는 또다시 조선 강태하(배인혁)의 죽음을 맞닥뜨렸지만 부모님의 도움으로 납치당하는 것을 피했고, 이로 인해 박연우를 납치하던 범인 덕구와 이를 사주한 윤씨부인(진경)은 포도청에서 심문을 받게 됐다. 윤씨부인은 자신이 아들을 독살한 증거가 없다고 발뺌했지만, 죽은 줄 알았던 강태하가 윤씨부인의 죄를 밝히기 위해 해독제를 먹고 죽은 척 위장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조선의 박연우는 왕에게 '열녀' 상을 위한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아달라고 읍소했고, 박연우의 뜻대로 법으로 열녀를 구분해 진위를 가리게 됐다. 같은 시각 현대에 있는 강태하는 박연우를 그리워하던 중 이미담(김여진)으로부터 박연우의 어머니 서책이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열녀비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박연우는 조선 강태하로부터 마음을 고백받았지만 거절한 후 친구로 지내자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강태하의 심장 병증이 도지면서, 어의는 박연우에게 마음의 준비를 당부했다. 그 사이 현대 강태하는 박연우를 처음 만났던 배롱나무 앞에서 박연우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렸고, 조선에 있는 박연우는 강태하와 소풍에 나섰다가 강태하의 꿈 이야기를 통해 현대의 강태하가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끝내 조선 강태하는 박연우에게 절절한 진심을 토로한 뒤 숨을 거두었고, 박연우는 도망쳐 온 덕구에게 목숨을 위협당하자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 순간 현대의 호텔 수영장에 있던 배롱나무 꽃잎이 모두 떨어졌고, 강태하는 심상찮은 기운을 감지했던 터. 시간이 흐른 뒤, 배롱나무 꽃잎이 휘날리면서 박연우가 나타났고, 강태하는 "이제 박연우씨와 나의 운명이에요"라고 미소 지으며 박연우와 재회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사진 출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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