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함으로 존재하는 이 시대 언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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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이라는 단어를 한 시인이 선점했다면, '언니'라는 단어는 공지영 작가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의도의 10분의 1 크기에 유대교, 이슬람, 그리스도교의 성지가 모여있고, 다시 전쟁을 통해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이들이 가장 많이 희생되는 그 현장에서 작가는 삶을 만나기 위해 힘든 여정을 떠난 것이다.
작가는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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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누님'이라는 단어를 한 시인이 선점했다면, '언니'라는 단어는 공지영 작가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언니라는 단어에 노숙함을 담은 1963년생 작가들도 환갑을 넘겼다. 작가의 말처럼 어느 말도 들을 수 있다는 이순(耳順)의 나이인데, 어느 날 홀연히 예루살렘으로 떠났다.
공 작가가 3년 만에 선보인 산문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여전히 스스로 용맹정진하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쓴 글이다. 책의 전체를 관류하는 힘 가운데 하나는 죽음이다. "대개 죽음의 질이 삶 전체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정직하게 그리고 타인을 위해 고생까지 하면서 살아왔지만 안 좋은 일에 연루돼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 죽은 지인들이 있다."
책의 큰 줄거리는 예수님이 죽음에 이르는 장소를 찾는 여정이다. 요르단 수도 암만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들어간 작가는 다양한 성당과 '비아 돌로로사(십자가의 길)'의 여정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을 해석한다. 또 샤를 드 푸코의 죽음 방식으로 자신의 마지막도 상정해 본다. 푸코는 1916년 사하라의 사막에서 어처구니없이 살해돼 방치되는 최후를 맞았다. 자신이 말하던 '마지막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가기를 바랄 것'을 실천한 인물로 '예수의 작은 형제회'의 정신이 됐다. 작가는 예수님과 푸코의 죽음에서 무엇을 차용하고 싶었을까.
그 답 가운데 하나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기를 위해서 사는 것이다. 1994년 베스트셀러 'Top10'에 3권을 넣을 만큼 인세에서도 풍족했지만 작가는 이제 생계가 아니라 정말 쓰고 싶어서 글을 쓰길 원했고, 어찌 보면 이 책이 그 책이다. 거기에 추가된다면 온전한 자유와 고독이다. 그 고독이 저자를 섬진강 강가로 이끌었다.
하지만 작가가 피안에 사는 것만은 아니다. 작가를 사기로 이끌었던 진보, 사랑, 정의, 연민, 그리스도라는 성을 벗어날 수 없다. 아울러 흔히 86세대로 불리는 자기 세대에 대한 뼈 시린 반성도 한다. 물론 자신을 도드라지게 한 녹음유출 사건에 포함되는 정치 여정도.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예루살렘으로 생각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여의도의 10분의 1 크기에 유대교, 이슬람, 그리스도교의 성지가 모여있고, 다시 전쟁을 통해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이들이 가장 많이 희생되는 그 현장에서 작가는 삶을 만나기 위해 힘든 여정을 떠난 것이다. 작가는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도 집착했던 아이들을 내려놓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명성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고, 고독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힘든 자리에서 문학을 성취한 박경리나 박완서 작가처럼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존감을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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