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대주주 자구 노력 전제돼야"

강도원 기자 2024. 1. 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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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윤석민 회장 '사재출연' 아닌 '사재대출' 논란에
금융당국·채권단 입장 간접적 지지 의사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
[서울경제]

대통령실이 태영건설(009410)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융당국 등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 간접적으로 태영건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기본적인 정부 입장과 마찬가지의 원칙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태영건설 문제에 대한 계획에 “태영건설은 채권단에서 3일 설명회를 했고 11일에 대주단이 최종 워크아웃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 사이에 태영건설과 채권단 간 협의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워크아웃 결정 여부는) 진행되는 것을 보고 채권단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에서는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추진의 기본 전제인 대주주 경영책임 이행과 강도 높은 자구 계획 제출을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통령실도 채권단·정부 당국과 함께 태영건설 압박에 나서는 모습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태영그룹과 채권단이) 상호 간 신뢰 형성이 안 된 것 같다"며 "'이 정도는 돼야 워크아웃이 성공한다'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오는 11일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약속했던 태영건설 지원 대신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 자금을 출연,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5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416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태영 측은 앞서 윤 회장이 그룹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금액인 416억 원을 출연,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는 대신 티와이홀딩스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대체했다. 티와이홀딩스가 윤 회장에게 416억 원을 빌려 태영건설에 투입한 셈이다.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한 윤 회장은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연 4.6%의 이자를 받게 된다. 윤 회장이 사재를 ‘조건없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신종자본증권을 대가로 출연한 모양새다. 이에 ‘사재 출연’이 아닌 ‘사재 대출’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하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그룹 오너가의 사재 출연 등 ‘성의를 보이라’는 채권단의 요구와 반대되는 행보로 양측 간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티와이홀딩스 측은 "윤석민 회장이 출연한 416억원이 태영건설 지원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신종자본증권 발행 방식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이자 지급은 물론 원금 상환 여부의 결정권을 회사가 갖고 있어 윤 회장에게 상환하지 않아도 되고 주식 전환권과 의결권도 없어서 사재출연의 취지에 맞는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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