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에서는 언제부터 서핑을 했을까? [양양을 꼬치꼬치]

민지숙 2024. 1.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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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서핑 가능?
양양 서핑의 시작, ‘토끼굴’

우리나라에서 서핑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고 합니다. 초창기 멤버로는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서핑의 발상지인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서핑 성지’에서 파도를 한 번 타본 사람들이 일부 있고요.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스노우보드에 빠졌던 사람들이 그 다음 스텝으로 서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외 문물을 먼저 접한 사람들과 국내에서 이미 야외 스포츠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서핑 못하나?”라는 호기심으로 서로 비슷한 시기에 부산과 제주 양양에서 서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누가 제일 먼저 시작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씩 말이 다른데요. 일단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후반 제주 중문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그중에서도 강원도 양양에서는 기사문 해수욕장에서 가장 처음 서핑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속초와 강릉 사이에 있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바닷가인 기사문 해변엔 ‘38휴게소’ 가 거의 유일한 랜드마크였습니다. 이 곳 건물 지하에 창고 같은 공간이 있는데, 양양 최초의 서퍼들이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23년 양양 기사문 토끼굴
토끼굴 입구

작년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겉에서 보기엔 작은 공간 같지만, 문 안에 들어서면 끝도 없이 많은 공간들이 이어집니다. 서핑 보드 수 십 장이 들어가고, 샤워실도 갖춰져 있습니다. 모래 사장과 연결되어 있어 보드를 들고 바로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만, 반지하 건물 같은 느낌 때문에 ‘토끼굴’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요, 세월이 흘러 몇 번인가 주인이 바뀌고 방치되기도 했지만, 이 토끼굴 자리에는 2024년 지금도 서핑샵이 운영 중입니다.

잼있네 잼이있네 서핑이 잼있네

제가 주말마다 찾는 곳이 이 토끼굴이 있는 기사문 해변입니다. 인근에서 가장 먼저 서핑샵이 생기면서 서핑 문화가 확산된 곳으로 여전히 서퍼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다른 해변보다 조금 작고, 식당이나 까페 같은 인프라가 많이 갖춰진 곳은 아니지만 몇 년째 꾸준히 찾는 고인물들이 많습니다. 겨울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큰 파도가 들어와 전국에서 서퍼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굉장히 강한 힘으로 빠르게 깨지는 파도라 숏보더들도 즐겨 찾는 곳입니다.

2018년도 햄버거
2019년도 햄버거
2020년도 햄버거

양양을 알린 건 8할이 ‘파머스키친’

최초라는 타이틀은 기사문이 가지고 있지만 사실 양양을 서핑 핫플로 만든 건 죽도 해변입니다. 10년 년 전부터 이 해변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서핑샵과 식당들이 몇 개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2014년도에 생긴 ‘파머스키친’이라는 수제버거집. 스노우보드 국가대표였던 사장님이 만들었다고 하는 이 은 시골 마을의 단층짜리 허름한 구옥 건물에서, 어울리지 않는 힙한 버거 메뉴를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핑이나 물놀이로 한창 배고픈 젊은이들이 뙤약볕을 맞으며 줄 서서 이곳을 찾으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 명성 덕분에 지금까지도 죽도해변,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인구해변은 양양하면 떠오르는 가장 핫한 장소가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양양에 호감을 느끼게 된 첫 장면으로 이곳의 햄버거 맛을 꼽을 것 같습니다.

일명 '정용진 맛집'으로 미디어에서 크게 알려진 뒤로, 1년에 한 번 먹기도 어려운 곳이 되었습니다. 수제버거 하나를 위해 몇시간씩 줄 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울에는 이만한 곳이 없냐 싶기도 하지만요. 바닷바람 맞으면서 따뜻한 햇빛 아래 정말 맛있게 느끼한 버거 한 입 우물우물 베어 먹는 즐거움이 이따금씩 생각납니다. 지금은 자리를 옮기고, 또 2호점도 만들어지면서 이전과 같은 웨이팅은 없다지만 한여름엔 도저히 찾아갈 엄두가 안 나는 곳입니다.

양양 '서피비치' 가는 길
양양 '서피비치' 포토존

양양을 서핑의 대명사로 만든 또 하나의 스팟은 바로 ‘서피비치’입니다. 양양, 기사문, 인구, 죽도는 몰라도 서피비치 이름은 들어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여긴 원래부터 서핑을 하던 바닷가는 아니고. 2015년에 국내 최초 서핑 전용해변으로 조성된 곳입니다. 스키장 사업을 하던 대표가 필리핀의 보라카이, 인도네시아 발리 등 해외 유명 해변을 여행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요. 다른 해변가에 비해서 넒게 탁 트인 모래사장에 ‘도시남녀의 사랑법’ 과 같은 드라마나 각종 광고 촬영 배경으로도 많이 쓰이면서 미디어에 노출이 가장 많이 된 곳 같아습니다. 여기에 서피비치에서는 매년 인스타에 올릴 만한 핫한 컨셉의 행사도 많이 열어서 서핑을 하지 않는 친구, 가족, 연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서핑 역사도 이제 제법 오래 됐습니다. 3면이 바다에 사계절 다른 파도가 들어오는 특징 때문에 전국 곳곳에 새로운 서핑 스팟이 뜨고 있는데요. 한 번쯤 서핑 해보고 싶다. 한 번 배워봤지만 잘 모르겠고 그냥 양양에서 노는 게 좋다. 혹은 어느새 주말마다 양양 고속도로를 타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분들을 위해. 365일 양양의 다양한 서핑 스팟과 즐길 거리, 재밌는 이야기를 모아모아 전해드리겠습니다.

[민지숙 기자/knulp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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