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반도체 주권 국가’ 책 발간
문재인 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ㆍ중 갈등 속 한국의 생존전략을 탐색한 책 ‘반도체 주권 국가’를 출간했다. 중기부에서 손발을 맞췄던 강성천 전 차관과 차정훈 전 창업벤처실장과 함께 집필했다. 4선 의원으로 문재인 정부 중기부 장관을 지낸 박 전 장관은 최근까지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 등을 맡아 미국·대만·일본·중국 등의 반도체 정책을 연구해 왔다.
박 전 장관은 1950년부터 현재까지 70년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반도체 무기화’와 ‘패권국가의 전략’이라는 프레임으로 조망했다. 이 책에 따르면 베트남전 패배 이후 미 국방부는 윌리엄 페리(훗날 대북정책조정관)를 국방 차관으로 발탁해 반도체를 활용한 유도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무기시스템 혁신에 성공한다. 이를 발판으로 미국이 소련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승리했고 동시에 실리콘 밸리가 번성하는 데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반도체 무기화의 역사이다.
미국의 베트남전 패전 원인 중 하나로 당시 미 포탄의 명중률이 9%에 불과했다는 점을 꼽은 박 전 장관은 “반도체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산업과 경제력, 군사력을 지배한다”고 했다. 베트남전 패배 이후 반도체를 이용한 유도 무기 체제로 시스템을 바꾼 미국은 1990년 걸프전에서 59%의 미사일 명중률을 기록했다. 또 반도체 칩을 붙인 미국의 순항미사일 3000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소련이 요격 시스템 개발 등 군비 경쟁에 나서다 1991년 소련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반도체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넘보며 반도체 굴기에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퍼붓고 있는 중국, 20년간 중국의 성장을 방관하다가 중국 견제를 위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판을 짜고 있는 미국, 반도체 강국으로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국가 안보를 위한 보험으로 내세우는 대만, 패키징 부문에 도전하는 싱가포르, 그동안 중국 등 동아시아 의존도가 높았으나 이제 반도체 생태계 중심국으로 부상을 꿈꾸는 유럽연합(EU)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전 장관은 “우주 로켓, 인공위성 모두 거리와 속도를 계산하는 연산력 싸움”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넘보면서 ‘칩워(Chip War)’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는 반도체 주권국가를 향한 한국의 생존전략이다. 저자들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주권국가로서 미래에도 반도체 산업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반도체 생태계 형성에 주력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30여 년 전 ‘21세기 과학기술 G7 국가 진입’이라는 간절한 꿈과 의지를 담아 추진했던 G7 프로젝트처럼 범국가적 관심과 역량을 모아 ‘G7 프로젝트 2.0′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칩의 44%, 대만이 프로세서 칩의 44%와 AI(인공지능)에 주로 들어가는 최첨단 칩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대만은 국민이 마실 물보다 반도체 공업용수를 먼저 생각하는 나라”라고 했다. 일본은 전체 반도체의 17%를 생산한다.
박 전 장관은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 이득을 취하는 나라가 일본”이라며 “과기부 장관 출신 기시다 총리는 홋카이도를 일본의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국가와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반도체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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