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잇는 실크로드 따라] ⑦ 고대 유적의 상징, 메이든 타워와 주변 유적지
여행과 교육을 삶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여행은 세상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는 무대다. 용기 내어 찾아간 세상이라는 판(板)은 어떤 이론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실질적 배움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여행전문가로의 활동은 세계 각지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영어의 쓰임 및 화용(話用)의 연구에도 실질적 농밀한 접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득한 지식을 강의실에서 생생히 전하려 한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9년에는 학생들 10명을 데리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20일간의 캠프를 개최한 적도 있다. 여행에서 얻은 감동이 그들의 가슴에 닿을 때, 그들의 달라질 미래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 한다.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나 홀로 여행’을 주저하거나 혹은 낯선 곳으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 안의 숨겨진 용기를 꿈틀거리게 하는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 글로벌여행전문가 임나현 -
⑦ 고대 유적의 상징, 메이든 타워(Maiden Tower)와 주변 유적지
메이든 타워는 바쿠의 상징 중 하나다. 구시가지의 남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메이든 타워의 건축 시기에 대한 의견은 조금씩 다르다. 대략 12세기경의 건축물로 보기도 하고, BC 6~7세기에 타워의 바닥 일부가 지어진 후, 12세기경에 기존의 건축에 이어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메이든 타워는 외관이 특이한 요새로 손꼽힌다. 원통 모양과 사각형 모양으로 형상된 이 탑의 높이는 대략 29.5m, 지름은 16.5m 정도다. 타워의 내부는 8층으로 되어있다. 보기와는 달리 200여 명이나 피신할 수 있는 크기다.
석회암과 벽돌을 함께 섞어 만들어진 탑은 그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겉보기에도 탄탄해 보인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듯 보인다. 코카서스 지역 선조들의 건축에 대한 지혜가 숨어있음이 분명하다. 튼튼하고 독특한 양식만큼이나 탑의 의미가 거하다. ‘정복 불가능한 성역’ 또는 ‘정복되지 않는 성역’을 뜻한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인들의 염원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확고부동(確固不動)의 신념이 바탕에 깔린 내공이 깃들어 있을 것만 같다.
원래는 메이든 타워가 시계탑이나 감시탑으로도 사용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전망대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메이든 타워 건축 용도가 본래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 지금까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탑이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그들의 영토가 어느 누군가에게도 정복되지 않기를 진정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절실한 소망을 이 탑에 실어 담아냈을 것이다.
6월 말, 한참 좋은 날씨를 즐기며 타워 주변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나도 그들 뒤를 따라 메이든 타워로 향했다. 골목 사이의 건물 너머로 메이든 타워 상층부가 보인다. 좀 더 발길을 재촉하여 메이든 타워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황토색 요새에 마음이 간다. 메이든 타워 상단의 패턴이 멀리서 보았을 때와 확연히 다르다.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는 일정 간격으로 띠를 두른 듯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벽돌의 배열로 만들어진 패턴이다. 거친 듯, 거칠어 보이지 않는 요새다. 부드러운 감색을 띤 모습이 푸근함을 보탠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처럼 느껴진다.
메이든 타워를 빙 둘러 살펴보니, 보는 각도에 따라서 타워의 외형이 조금씩 달리 보인다는 점도 재미있다. 원통형으로 보였다가도 직사각형 탑처럼 보인다. 원통 모양 측면에 사각형 탑이 붙어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곡선으로 굴려진 입체 도형 3개를 이어 밀착시킨 모양을 띠기도 한다. 사각형 모양에 살짝 곡선을 넣은 듯한 모양과 원통의 탑이 완전 하나로 어우러졌나 보다. 원형의 탑이 부드럽게 보이기도 했다가, 직사각형 네모진 형태가 단호한 자태를 말해주는 듯하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외관이다. 오묘한 그 타워 내부가 궁금한 사람들로 오늘도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타워 입구와 연결된 검은 색 철제 계단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삼키고, 내뱉기를 반복한다.
현재, 탑의 아래층은 메이든 타워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 시설로 사용되며, 상층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이든 타워의 전망대는 오래된 도시 바쿠와 주변 지역의 아름다운 전망을 사시사철 누릴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메이든 타워 근처에는 고대 유적지가 있다. 그곳에서는 다수의 고대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림과 문자가 새겨진 석기 유물들도 있다.
유물이 발견된 이 지점의 바로 위쪽 상층부는 야외 테라스 카페다. 유적지 바로 위에 테이블과 의자가 깔끔히 배치되어 있다. 이해하기 좋도록 유적지 카페로 불리면 좋을 것 같다. 오후 한나절이면 이곳 테라스는 사람들로 꽉 들어찬다.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마시면서 이 유적지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 역사적인 고대 유물 발굴지 조망을 갖춘 레스토랑이다. 흔치 않은 유적지 조망에 바다까지 내려다보인다. 커피나 차를 한 잔 마시며, 주변의 경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메이든 타워는 지금도 우뚝 서 있다. 외세의 침입을 막아낸 방어 탑으로서, 도시와 국가를 지켜낼 미래의 수호자 역할을 하듯 말이다. 이러니,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는 지금도 메이든 타워가 아제르바이잔을 지켜내는 수호(守護)의 상징물이다. 그들이 메이든 타워를 대하는 모습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오늘날까지 위풍당당 건재하는 메이든 타워는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에겐 문화적·정신적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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