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광석을 노래하는 청춘들…"아름드리 될 씨앗"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고(故) 김광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꼬박 28년이 흐른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통기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여섯번째 참가자는 기타를 힘주어 끌어안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노래했다.
귀에 익은 하모니카 소리 대신 소(小)아쟁 소리가 반주를 채웠고, 무대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전히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약 30년 전 같은 무대에 올랐을 그의 흔적을 소중히 음미하는 순간이었다.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는 김민기 학전 대표가 이끄는 김광석 추모사업회가 주관하는 대회로, 매년 김광석의 기일 날 열리고 있다.
술 한 잔씩 기울이며 김광석을 기리던 모임이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라는 노래 대회로까지 이어졌고, 지금의 형태가 됐다.
작년부터는 김광석의 노래뿐 아니라 창작곡 1곡을 불러야 한다는 조건도 추가해 아티스트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대회는 김광석과 인연이 깊은 소극장 학전의 폐관 소식이 전해지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김광석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학전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고, 1천번째 공연도 이곳에서 올렸다.
김광석을 조각한 추모 노래비가 학전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날 대회 본선 무대를 앞두고 학전에 모여든 관객들은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김광석 노래비 곁을 지켰다.
노래비에는 꽃과 담배, 라이터, 그리고 소주병이 놓였다. 90년대에 탄생해 현재까지 유지돼온 김광석의 팬클럽 '둥근소리'가 보낸 꽃바구니도 자리를 채웠다.
대회 시작을 알리기 위해 무대에 오른 가수 박학기는 향에 불을 붙이고 술을 따른 뒤 세트장에 걸린 김광석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오늘은 큰 아름드리로 성장할 씨앗을 만나는 자리"라고 말했다.
본선 무대에서는 총 7팀이 공연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외사랑',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자유롭게' 등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 각자의 창작곡을 선보였다.
1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관객들은 다소 서툰 연주와 떨리는 목소리에도 온 힘을 다해 응원을 보냈다.
독특한 음색으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 참가자 서림은 "기타를 처음 배운 것도 김광석의 노래 때문이고, 아버지가 처음 가 본 대학로 극장도 학전이라 뜻깊다"고 전하기도 했다.
창작지원금 200만원과 마틴기타가 주어지는 김광석상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창작곡 '청춘예찬'을 노래한 이상웅·정지윤 팀이 받았다.
이 밖에 다시부르기상은 서림, 가창상은 성해빈·양은채, 연주상은 플리크(Flick), 편곡상은 민물결, 작곡상은 곽다경·신우진, 작사상은 김부경이 수상했다. 이들은 창작지원금 100만원과 콜트기타를 받았다.
심사는 정원영 밴드의 정원영, 동물원의 박기영, 가수 권진원, 작곡가 김형석, 가수 이적, 홍수현 감독 등이 맡았다.
김형석은 "오늘 광석이 형이 너무 부럽다. 우린 늙어가고 있는데 그대로잖냐"며 "여러분 덕분에 광석이 형이 영생을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권진원은 "학전에 오랜만에 오니까 마음이 꽉 찬다. 감상하며 전율했고, 눈물까지 맺혔다. 너무 좋은 음악회였다"고 말했다.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가 무대에 올라 '일어나'를 합창하며 이날 대회는 막을 내렸다. 공연장을 나서자 노래비 아래 꽃바구니에는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올해 대회는 애초 학전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로 알려졌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학전 살리기'를 추진하면서 다시 학전을 무대로 삼을 가능성도 생겼다.
박학기는 "(경연대회가)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몰라도 업그레이드돼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학전 유지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단계라고 그는 설명했다.
학전에서는 오는 12일부터 2월 24일까지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는 릴레이 공연 '학전 어게인'이 열린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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