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까지 7개월, 어떻게 살까 [OTT 충전소]

한겨레 2024. 1. 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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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극단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후회가 없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를 보면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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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
넷플릭스 애니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넷플릭스 제공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극단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남은 시간이 하루가 아니라 7개월이라면? 흥청망청 살기에는 살짝 길고 엄청난 도전을 하기엔 좀 짧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곳’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100가지 음식’ 같은 목록만 해도 수없이 많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후회가 없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를 보면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고민해보자. 10부작으로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어느 날 지구를 향해 거대한 행성이 다가온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지구와 정면충돌해 세상은 곧 멸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남은 시간은 7개월. 종말의 시간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 도덕이나 규범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마음껏 사랑하고 가볍게 상점을 약탈한다. 버킷리스트에 도전하거나 삶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의 주인공 캐럴은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영 불편하다. 캐럴은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단골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매일 마시던 우유를 사고 싶다. 사람들은 그런 캐럴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지인들은 캐럴을 억지로 파티에 끌고 간다. 하지만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하는 것은 불편하기만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 무엇에 도전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캐럴은 어쩔 수 없이 서핑을 배운다고 거짓말을 하며 그들을 안심시킨다.

행성은 점점 다가오고 가게들은 하나씩 문을 닫고 지하철도 멈춘다. 그렇게 일상이 무너져갈 때쯤 캐럴 앞에 말끔한 오피스룩을 입은 사람이 나타난다. 무작정 그를 따라간 곳은 거대한 사무 빌딩. 모든 층이 엉망인데 딱 한곳 회계부서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캐럴은 그곳에 취직해서 남은 인생을 회사원으로 살기로 한다. 친구들은 삶의 의미를 찾아 티베트로 떠나지만 캐럴은 복사기 토너를 교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있는 삶이 더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캐럴처럼 요란스러운 바깥세상보다는 일이 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캐럴은 동료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동료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음식과 기억을 나누고 감정적인 연대를 만든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도 알게 된다. 캐럴도 나름의 방법으로 종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한가지가 뭐냐”는 질문에 캐럴은 답한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한 것.”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는 전형적인 미국 코미디 만화다. 캐릭터들은 특이하고 행동은 과장되어 있다. 황당한 설정이지만 쉴 새 없이 웃긴다. 엄청난 영웅이 등장하거나 큰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힘들게 일상을 지켜나가는 캐럴을 보면서 치유를 받게 된다. 다양한 욕망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아무튼 특이한 만화다.

사람들은 인생이 7개월 남았다는 걸 알고는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끝이 예정되어 있다. 남은 시간이 7일일 수도, 7년일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하루하루를 사는 게 맞는 걸까? 거창한 목표에 도전하는 2024년도 멋있겠지만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에 좀 더 시간을 쓰는 한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캐럴처럼 말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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