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파도와 어우러진 수상도시… 다채로움이 펼쳐진다 [박윤정의 차오 이탈리아]

2024. 1. 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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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베로나 출발 창밖 강렬한 풍경에 취해
수상 택시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 일품
작은 섬마다 느껴지는 아름다운 색상
환상적 풍경에 매년 수백만명 발걸음
‘페스타 델 레덴토르 축제’ 참가자 북적
불꽃놀이와 행렬 축제 분위기 한껏 높여

베로나에서 짧은 여정을 마치고 베네치아로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귓가에 울려 퍼지던 음악은 또 다른 밤을 기다리고 관광객들의 분주함이 도시의 아침을 깨운다.

베로나에서 베네치아까지 120㎞,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주도인 베네치아가 다음 목적지이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 수도는 오늘날 유명한 수상 도시이자 운하 도시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알프스에서 녹아내려 온 강이 베네토 평야를 지나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한 베네치아는 코로나19를 견디고 어떻게 변해 있을까? 뉴스 화면으로 보던 맑은 물길은 여전할까? 궁금증을 안고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습한 아열대 기후를 맞이하러 시동을 건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주도이다. 알프스에서 녹아내려 온 강이 베네토 평야를 지나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뜨거운 태양과 맞서며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를 출발해 베네치아로 향한다. 1시간30여분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햇살만큼 강렬하다. 초록으로 물든 푸른 포도밭과 섬세한 향기가 퍼져 나오는 올리브 나무, 숲들이 어우러진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황홀한 풍경은 베로나의 아쉬움을 흩날린다.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고속도로 위를 꿈틀대지만, 차창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지중해에서 온 듯 신선하고 따뜻하다. 포도밭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도시 아치 건물과 마을 풍경이 필름 감기듯 눈앞을 스친다. 작은 마을의 고즈넉함과 아름다움이 창밖에서 머문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베네치아가 가깝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채도가 높아진 푸른 바다가 시야에 펼쳐진다. 대자연의 미술품은 관람객을 기다리듯 강렬한 햇살 조명을 받고 빛난다. 도시 건물들은 서로에게 기댄 채 곡선을 그린다. 그 선들에 햇살이 부서져 더욱 화려하다. 피부에 닿는 열기는 조금 높은 듯하지만 뺨을 스치는 공기가 산뜻하다.
호텔에서 미리 안내해 준 주차장에 들어선다. 부두를 향하기 전에 주차타워에 차량을 맡기고 예약한 수상 택시를 기다린다. 택시가 보이지 않아 부둣가를 헤매다, 약속 시간이 한참을 지나고서야 호텔로 전화를 건다. 착오가 있었는지 5분 정도 더 기다리란다. 뒤늦게 도착한 택시에 짐을 실어 놓으니 자연스레 한숨이 새어 나온다. 크게 다시 한 번 숨을 내뱉고 택시 기사와 인사를 나눈다. 짧은 거리이지만 수상 택시 안에 앉아 바람을 느껴 본다.
베네치아 부두의 풍경. 택시 정거장의 모습들.
긴장이 풀린 건지, 정오 태양 탓인지 몸이 녹아내릴 듯 흐느적거린다. 택시가 휘젓고 가는 베네치아 물길은 어떤 사진이나 그림에서도 느낄 수 없는 낭만을 선사한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와 파도를 가르는 수상 도시 매력에 푹 빠져든다. 작은 섬마다 펼쳐진 다채로운 색상과 아름다운 건물들이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가까이 느껴지는 바람과 파도는 역동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멀리 보이는 베네치아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기도 하고 그림자를 지우며 자리한 건물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이렇듯 인사를 건네겠지.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사라진 관광객들로 인해 쓸쓸했을 베네치아는 오늘날, 회복을 넘어서 급격히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 수도는 오늘날 유명한 수상 도시이자 운하 도시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작은 섬마다 펼쳐진 다채로운 색상과 아름다운 건물들로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대부분의 수입을 관광업으로 벌어들이지만,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닌 듯하다. 아름다운 유산을 보존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지만, 매년 찾아드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으로 이 작은 도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쉽지 않은 호텔 예약으로 진통을 겪고, 기다리다 지친 수상 택시로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 주는 기사 손길이 분주하다. 다른 섬으로 가기 위한 호텔 투숙객들 재촉으로 팁을 챙길 시간 여유도 없이 또다시 바다로 떠난다.
때마침, 도시는 축제 기간이라 사람들로 넘쳐난다. 페스타 델 레덴토르 축제! 16세기 중반에 역병을 피해 세상을 다시 살리게 된 것을 기리며 시작되었단다. 성 마르코 광장과 부두에 세워진 나무다리 따라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성당에서는 기도가 울려 퍼진다. 예술적인 행렬과 함께 진행되는 축제는 역사적인 도시 분위기를 한층 도드라지게 한다. 더해진 다양한 행사는 마치 엔데믹(풍토병화)을 축하하듯 새롭다. 관광객과 현지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며 호텔 체크인을 서두른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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