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최동훈 감독 "상처도 있고 힘들었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작품" [인터뷰M]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로 대한민국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동훈 감독이 1년 반의 절치부심 끝에 '외계+인' 2부를 내놓았다.
330억을 투자, 1,2부를 동시에 촬영했으며 2022년 7월 '외계+인' 1부를 공개하고 153만 관객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받아 든 뒤 무려 1년 반 동안 150번 영화를 보고, 52가지 편집 버전을 만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최동훈 감독이다.
"보통은 1부가 잘 되고 2부가 나와야 하는데, 1부의 흥행 성적이 부족했다. 그래서 2부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았다"라며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정말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어디에서 스토리의 맥락이 재미있고 어느 부분에서 방해되는지, 어느 부분에서 몸을 뒤로 젖혀지게 되는지를 계속 물어봤다. 편집하고 집에 오면 저녁에 불을 끄고 관객 입장에서 편집한 영화를 봤다. 구성이 약간 걸리거나 무언가 중복돼서 설명되거나 디테일이 부족하면 다시 편집실에서 작업을 했다. 그렇게 52가지 편집 버전이 만들어졌다."라며 지금 관객에게 공개되는 '외계+인' 2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외계+인' 2부를 편집하기 전까지는 어부 같은 스타일로 일을 했었다고. 일주일 정도 집중해서 일 한 뒤 일주일은 머리를 비우고 다시 집중하고를 반복하는 스타일이었던 최동훈 감독은 1부의 쓰라린 경험 뒤 '농부 스타일'로 작업 방식을 바꿨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일을 하고 주말에만 쉬며 '완성 전에는 일상이 없다'는 생각으로 매달렸다고.
"사실 처음에 어디서 작업의 의지를 끌어와야 할지 막막하고 힘들더라"며 1부의 흥행 부진이 2부 작업을 시작할 엄두를 못 내게 했음을 고백한 최동훈 감독은 그래서 작업 스타일까지 바꾸며 누적되는 피로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영화 만드는 재미를 찾아가며 멘털을 다잡았음을 알렸다.
말이 쉽지 2시간짜리 영화를 150번 보고 52가지 버전의 편집을 1년 반동안 한 작품으로 반복한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을까. 그래서인지 최동훈 감독은 그런 시간을 거친 뒤 관객에게 공개를 앞두고 있는 소감으로 "이 순간이 너무 신기하다. 걱정도 되면서 행복하기도 하고 이 작업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흥분되면서 걱정도 많다."라고 밝혔다.
이미 다 찍어 놓은 영화를 촬영한 것 이상으로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최동훈 감독은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쓴 걸까? 그는 "앞부분 한 시간 분량을 가장 많이 편집했다. 뒤의 액션 부분은 크게 손대지 않고 앞부분에서 빠르게 진행시키고 중반 이후 벽란정은 오히려 조금 늘여 긴장감을 주고 후반까지 질주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2부 전체가 기승전결이 아니라 승승전결로 가는 느낌을 주려 했다."며 가장 손을 많이 댄 부분을 짚었다.
2부의 시작하면서 1부를 요약하는 내용이 6분 정도 나온다. 이미 2부의 시나리오에도 '1부에 대한 간략한 스토리가 나오면서 시퀀스가 펼쳐진다'는 설정이 있었지만 1부의 흥행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이 장면을 완성시키는 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정서감이 있는 타이틀 시퀀스가 되길 바랐고 1부를 보지 않은 관객이 이걸 본다고 생각할 때 세계관이 잘 설명되는 써머리여야 했다. 게다가 누구의 내레이션으로 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김우빈과 김태리에게 요청을 했다. '사건의 전모를 아는 캐릭터가 내레이션을 하는 게 맞는데 그게 '가드'일 수도 있고 '이안'일 수도 있다고 설명해 두 배우에게 대본을 보냈다. 이 내레이션은 10줄 밖에 안되는데 설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스토리처럼 들리게 하려고 한 단어씩 바꿔가느라 1년 내내 바꿔야 했다. 김우빈, 김태리가 다른 작품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전화해서 휴대폰으로 녹음을 해주면 편집실에서 넣어보겠다고 부탁을 했었다. 그러다 2부를 시작하는 주인공이 '이안'이라는 확신이 들고나서야 김태리가 최종 녹음을 했다."며 오프닝 시퀀스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최동훈 감독은 2부를 여는 주인공이 왜 빨리 결정되지 않았는지도 덧붙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다. 1부에서의 피드백을 받아 어떻게든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싶어서 현재가 먼저 나오게도 했다가 과거가 먼저 나오게도 했다가 시대교차를 8번을 했다가 4번으로 줄였다가 등 많은 시도를 했다."라는 최동훈 감독의 편집 핵심은 "더 빠르고 간단하게"였다. 그래서 이하늬의 경우 첫 등장 장면을 재촬영하기도 했다고.
이하늬가 연기한 '민개인'은 2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며 등장부터 아찔하게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린다. 1부에서보다 2부에서 훨씬 더 코믹한 장면이 많고 관객들을 편하게 웃게 하는데 최동훈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코미디를 찍는 게 아니라 원래 이 캐릭터가 웃긴 사람. 그러니 우리는 정극 드라마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1부에 코미디가 더 많다고 생각했기에 관객이 영화를 보며 웃는다고 해서 어느 부분에서 웃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도 1부를 보셨던 분들이 더 보기 편한 영화가 됐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고 장르에 대한 낯섦이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관객의 웃음을 나름대로 해석했다.
'외계+인' 2부에서 씬 스틸러는 뭐니 뭐니 해도 진선규가 연기한 '능파'다. 최동훈 감독도 "'능파'의 등장시기가 2부의 키였다. '능파'가 언제 나오는지를 가지고 계속 편집을 바꾸며 고민했었다.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관객들이 너무나 궁금해하는 인물이고 마지막에 정말 중요한 역할도 한다. '능파'의 핵심은 멋있고 잘생긴 거라 했더니 진선규가 배시시 웃더라. 첫 등장에서 미동도 안 하고 서 있는 자태가 너무 아름다웠다. 진선규가 본인이 잘생기게 나왔다고 좋아하는 걸 볼 때마다 너무 뿌듯했다. 진선규의 멋짐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며 또 다른 매력의 맹인검객을 연기한 진선규를 칭찬했다.
최동훈 감독에게 '외계+인'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을 찍을 때는 어떻기 찍을지 몰라서 휘둥그레했고 '타짜'는 행복해하면서 찍었다. '도둑들' '암살'은 멋있다, 자기 색깔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찍었다. 그런데 이영화는 우여곡절 많고 상처도 있고 힘들었는데 이게 제일 사랑스럽다. 다른 작품을 만들고 난 뒤 잘 빠져나왔는데 '외계+인'은 6년을 작업했지만 아직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라며 '외계+인'의 의미를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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