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준비해 전쟁하지 않는 나라 되자” [+영상]

김현미 기자 2024. 1. 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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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前 특수전사령관

● 9·19 효력 정지? 엄포 말고 훈련하라
● 비무장지대 GOP 경계부대 무인화·자동화가 답
● 100만 회원 美육군협회 최초 외국인 석좌위원
● 재선 도전 트럼프, 보복의 시간과 동맹 위기
● 미국인 사로잡은 ‘윤석열의 시간’ 얼마 남지 않아

[+영상] 장군이 슬리퍼를 입에 물어야 바뀌는 나라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전쟁이 나지 않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

전인범(65)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실'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최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우리 측 대응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2023년 11월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남북관계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날 윤석열 정부는 발사 10시간 만에 9·19 군사 분야 남북 합의 일부(공중 감시·정찰 활동) 효력 정지를 발표했고,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합의 파기 선언에 이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과 신무기 전진 배치를 실시했다. 우리 군도 "대응조치를 즉각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가겠다"고 밝힘으로써 언제든 GP 복원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 장군은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상대가 자신에게 한 대로 갚는다) 전략인데 일부 국민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시원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시원함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싸우려 들지 말고 북한과 싸우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싸우지 않을 준비란 무엇일까.

"군인으로서 싸움을 두려워해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부하가 죽는 것을 보는 것만큼 지휘관으로서 괴로운 일은 없다.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평소 훈련도 잘 하고 성능 좋은 장비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긴장을 키워가기보다 내실을 기해서 준비를 잘 해야 한다."

GP 복원과 관련해서는 그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북한이 GP를 복원하니 우리도 GP를 복원해야 한다면 차라리 이참에 유인(有人) GP가 아니라 무인 GP를 만들면 좋겠다. GP 10개면 교대 병력까지 대략 1000여 명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병력이 부족한데 대신 고성능 카메라, 무인 기관총 같은 고성능 장비를 설치한 무인 GP라면 오히려 북측이 무서워할 것이다. 병력을 아끼면서 능률도 올리는 방법이 있지 않나."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 [박해윤 기자]

김정은 방남에 매달리다 원칙 없는 대응

전 장군은 우리의 원칙 없는 대응이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한 부분도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 때에도 보기 힘든 대응이었다. 비록 '진보'를 표방한 정부지만 북한이 먼저 평화를 깨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 원칙을 고수했어야 한다. 그러나 2018년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뒤 중단하겠다고 한 한미연합훈련은 전구급(戰區級·지상 해상 공중) 전략 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인데 우리는 거의 모든 전술 훈련까지 중단해 버렸다. 문 대통령이 방북해 평양 공동선언 채택과 부속합의로 9·19 군사합의가 이뤄졌을 때 박수 치는 분위기였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우려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에 한두 번 속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후 문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에 몰두하면서 점점 더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귀순 어부 강제 송환이라는 반인륜적 행위도 했다. 설령 그 두 사람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북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감옥에 있어야 했다. 그것은 안보의 원칙을 떠나 국가정체성의 원칙을 깬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원칙을 풀더니 결국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고,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 중국이 예전보다 저자세로 나온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상대가 강하면 저자세로 나오고 상대가 저자세를 보이면 더 세게 나온다는 걸 절대 잊지 말아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팃포탯' 전략이 유효하지 않을까. 하지만 전 장군은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새해에 북한은 정찰위성 2~3개를 더 쏘아 올리면서 재진입 기술이라든지 정확도를 높일 것이고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어쨌든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긴장이 계속되면 반드시 충돌이 생긴다. 그 충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아주 위험한 상대다. 자기를 키워준 이모부 장성택을 죽일 만큼 잔인하다. 무엇보다 인내할 줄 안다. 2015년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을 생각해 보라. 남북이 총격전을 벌이며 일촉즉발 위기로 갔을 때 북한에서 먼저 우리에게 회담을 하자고 했다. 그때 우리는 '세게 나가니 북한이 저자세로 나온다'고 우쭐했고, 김정은은 모든 걸 희생하더라도 핵무기를 가져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독재자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게 쪽팔리는 거다. 결국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도 못 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앞으로 5년 정도 지나면 미국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때 김정은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밖에 안 된다. 그에겐 시간이 충분하다. 더욱이 지금 북·러관계나 북·중관계 등 세계가 돌아가는 것도 북측에 불리하지 않다. 만약 또다시 연평도 포격(2010)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북한은 무조건 한강을 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우리에게 선택지가 없다. 안보라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는 각오로 군이 내실 있게 준비하고 국민의 안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는 또다시 내실을 언급했다.

작전통·정책통·미국통, 현역 시절 훈장 11개

그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교했다. 동기생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 씨와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이 있다. 1981년 소위로 임관해 2016년 7월 중장으로 전역할 때까지 그는 야전 지휘관으로 이름을 날린 '야전통'이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추진단장, 국방정책실 대미정책과장을 두루 지낸 '작전통'이요 '정책통'이었다. 2009년 소장 진급 후 제27보병사단(별칭 이기자부대) 사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참모장 겸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지냈고, 2013년 중장 진급 후 육군특수전사령관, 제1야전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뒤 2016년 7월 예편했다.

모친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관인 홍숙자 씨(뉴욕 총영사관 부영사, 주 유엔대표부 3등 서기관을 지냈고 육영수 여사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로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에서 근무하며 주한미군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대표적 '미국통'이다. 예편 후에는 2년간 미국에 머물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조지아텍 샘넌국제관계연구소의 객원교수 및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현역 시절 한미 양국으로부터 11개의 훈장을 받으며 숱한 일화를 남겼다. 1983년 북한 공작원이 버마를 방문한 한국 대통령 일행을 겨냥해 벌인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 때 이기백 합참의장 전속 부관이었던 전 중위는 중상을 입은 상관을 긴급 후송해 생명을 구한 바 있고, 2007년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 사건 때 정부를 대표해 카불 군사협조단장으로 급파돼 21명의 인질 구출 작전을 지휘하기도 했다.

‘아메리칸 파이' 효과와 트럼프 재선이라는 변수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안보의 영원한 진리라고 말하는 전인범 장군. [박해윤 기자]
전 장군은 2023년 8월 전 세계 122개 지부, 1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 육군협회(AUSA·Association of the United States Army) 석좌위원(Senior Fellow)으로 위촉됐다. 미 육군 예비역 장성들이 주로 맡는 미 육군협회의 석좌위원에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 위촉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1950년에 설립된 미 육군협회는 현역, 예비역, 그들의 가족과 군무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단체이지만 단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정부에 등록된 로비 단체로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육군협회 회장은 일주일에 평균 2~3명의 상하 의원을 만난다고 하더라. 나는 전역 후 평소 교류하던 미군과 계속 만나기 위해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다. 협회는 매년 워싱턴과 하와이에서 두 차례 큰 회의를 여는데 하와이 회의 때 스피커(강연자)로 여러 차례 참석했더니 석좌위원이 돼달라고 요청이 왔다. 단순 명예직인 줄 알았는데 27명의 석좌위원 중 15명이 장성 출신이고, 나머지는 주임원사나 선임부사관 출신, 자치단체장의 부인들도 있었다. 미국인이 아닌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많은 현역, 예비역들을 만나 미 육군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지, 안보 이슈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그가 미 육군협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밀덕(밀리터리 동호인)'이었던 열다섯 살 소년은 헌책방에서 잡지를 보다 미 육군협회가 발행하는 '그린북'을 알게 돼 눈이 번쩍 뜨였다. 매년 10월 특별호로 발행되는 '그린북'은 미 육군 현황, 장비, 부대 위치 같은 정보가 살려 있었다. 당장 잡지에 붙어 있는 구독엽서를 작성하고 어머니를 졸라서 받은 7달러를 우편환으로 동봉했다.

전 장군은 워싱턴의 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때 부른 '아메리칸 파이' 효과를 확인하고 놀랐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윤 대통령 덕분에 미국인들 사이에서 '아메리칸 파이'가 재유행하고 있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대통령이 미국인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 성공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분위기가 좋을 때 한반도의 안보에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 공화당 강경파들이 자기 당 소속 하원의장을 탄핵하는,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시 트럼프가 당선되면 첫 번째 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첫째, 앙갚음.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에게 보복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의 폭주를 막을 사람이 없다. 셋째, 트럼프보다 한 술 더 떠 부추기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동맹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이 있는 2024년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대한민국 군사력 세계 6위라는 허상과 안보 불감증

"대한민국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북한은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아주 무책임한 말이다. 적어도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는 불리하게, 상대에게는 유리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북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안보 불감증이 찾아온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가 무슨 군대인가. 예를 들어 군사훈련은 2주 내지 3주간 집중적이고 연속적으로 해야 한다. 적어도 속옷 3벌은 넣고 다녀야 훈련이 된다. 훈련을 짧게 하면 병사들이 속옷은커녕 칫솔, 치약, 비누도 안 가지고 다닌다. 필요 없으니까. 짐만 되니까.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라. 장기전이 될수록 전쟁의 승패는 보급에서 갈린다. 보급도 훈련해야 할 수 있다. 실제 물자를 옮기고, 장비를 고치고, 급유를 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훈련 기간이 짧으니 탱크에 기름 한 번 넣고 왔다 갔다 하면 끝이다. 말로만 하는 훈련이다.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 한다."

그는 내실 있는 훈련과 함께 직업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고 했다.

"현대전에서도 전쟁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죽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잘 훈련된 직업군인들이 필요하다. 이런 군인이 우리나라에 10만 명 정도가 있다. 직업군인과 의무복무자들의 훈련 목표는 달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직업군인들의 사기가 바닥이다. 월급과 수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력이 부족해 간부들이 근무 보초까지 서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없으니 이들이 자꾸 군대를 나간다."

투 스타가 슬리퍼를 입에 물어야 바뀌는 나라

그는 군 인권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지휘관들이 훈련을 축소하거나 아예 기피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고의 인권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그다음 인권은 전쟁이 나더라도 살아남는 것이다. 훈련은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이다. 지휘관들은 내 부하를 잘 훈련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게 하는 것이 자신의 중요한 임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그 생각만 해야 한다."

MZ세대 군인들로 기강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자 그는 단호하게 지휘관의 책임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눈이 와서 치우라고 하면 불만이 있어도 그냥 나가서 치웠지만 요즘 병사들은 '그거 왜 치워야 합니까' '지금 꼭 치워야 합니까'라고 되묻는다고 하더라. 하필이면 꼭 휴일에 눈이 오니 불만이 많다. 그러나 보급로 확보를 위해서 눈은 꼭 치워야 한다. 그럼 또 '보급로도 아닌 연병장은 왜 치워야 하느냐'고 묻는다. 연병장의 눈도 쌓이는 즉시 치워야 한다. 그대로 뒀다 녹으면 진흙펄이 돼 연병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지휘관들이 병사들에게 그런 설명을 해줘야 한다. 휴일에 눈 치우는 일을 했으면 다음 날 쉴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하면 된다."

전 장군이 현역 시절부터 총, 조준경, 헬맷, 전투복, 방탄조끼, 군화, 수류탄, 통신 장비, 응급처지 도구 같은 군의 기초 장비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현실은 슬리퍼 하나 바꾸는 데 10년이 걸렸다.

"미군이 총을 맞아도 쉽게 죽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슈퍼맨이어서도 아니고 방탄조끼 성능이 특별히 좋아서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응급처치 도구가 있고 평소 훈련을 통해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응급처치 도구를 보급하긴 하는데 부대원이 100명이면 100개를 주니 훈련할 여분이 없다. 보안경이 있어야 포탄이 터져도 실명을 막을 수 있고, 폭발음으로부터 청력은 보호하면서 말소리는 들리는 특수 귀마개도 필요하다. 총도 총이지만 부수적으로 필요한 장비들이 있다. 현대전은 모두 야간 전투다. 낮에 헬기가 뜨면 바로 격추당한다. 북한군이 대낮에 침투하겠나. 밤에도 낮처럼 보이는 야간 투시경, 열상장비, 이런 것들을 보급해야 한다. 이런 장비의 보급률이 낮은 데다 그나마 보급되는 물품도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나이키 운동화를 달랬더니 짝퉁 '니코'를 주고 '이것도 괜찮아' 하는 꼴이다. 내가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얘기를 했는데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슬리퍼를 입에 물고 사진을 찍었겠나."

웹상에 전인범 장군이 검정 슬리퍼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이 '밈'처럼 돌아다닌다. 소장 시절 군인들이 신는 슬리퍼가 자주 찢어지는 것을 보고 제발 제대로 된 신발을 보급해 달라는 의미에서 검정 슬리퍼를 입에 물고 3성 장군 앞에서 일종의 '시위'를 한 사진이다. 그의 제안으로 바뀐 초록색 군대 슬리퍼는 총보다 강하고 전투화보다 질기다는 호평 속에 지금도 '무적 슬리퍼'로 통한다. 슬리퍼를 입에 물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격에, 후배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강조해 '잔인범'이라는 별명을 얻은 전 장군이지만 안보와 관련해서는 호언장담이란 없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100문이네 300문이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거기에 화학탄을 장착하는 것이다. 신경작용제 같은 것을 사용하면 핵무기 이상으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에 대해 우리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북한이 정찰위성을 띄웠다고 난리인데 앞으로 서너 개를 더 띄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한 땅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어디를 때리느냐 '표적화'를 할 수 있다. 그 위성을 공격용으로서 쓰면 전쟁의 영역이 우주로까지 넓어진다. 우리 위성을 공격해서 통신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전쟁의 양상이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는 무슨 대비를 하고 있나."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안보의 영원한 진리다.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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