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톡] 눈만 보는 스키장…눈 화상 조심해야

(서울=연합뉴스) 스키장에 다녀온 후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나더니 급기야 눈을 뜨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광각막염'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광각막염은 눈이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각막에 화상을 입는 것을 말하는데요.

특히 겨울철 스키장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거나 눈 내린 산을 등산한 후 생기는 광각막염을 '설맹'이라고 부릅니다.

증상은 보통 각막이 손상된 후 8∼12시간 이후에 나타납니다.

눈이 시리고, 눈물이 흘러 눈을 똑바로 뜨기 어렵고, 눈이 심하게 충혈되며, 이물감도 드는데요.

심한 경우 망막이 붓고 시력이 떨어지며 일시적으로 야맹증이 생길 수도 있죠.

광각막염은 햇빛이 강한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주의해야 하는데요.

여름철엔 보통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게 되지만, 겨울철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죠.

자외선 반사율은 흙이나 콘크리트 바닥의 경우 10% 정도지만 흰 눈에선 80% 정도이기 때문에 겨울철 자외선은 눈에 훨씬 많은 자극을 주게 됩니다.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됐다면 망막과 눈 주변까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데요.

방치할 경우 각막 궤양, 백내장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황규연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손상이 심한 부위에 물이 닿거나 2차 세균 감염이 생길 만한 일을 한다면 실명이 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겨울철 광각막염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스키장이나 눈 덮인 산에 갈 때는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나 고글 등 눈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면 녹지대와 눈 지대를 번갈아 보면서 눈에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눈이 아프다면 곧바로 실내로 들어가 휴식을 취해야 하죠.

라식, 라섹 등 시력 교정술을 받았다면 수술 후 최소 2주 이후부터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데요.

교정술로 생긴 각막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면 광각막염이 더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형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눈이 많이 쌓인 지역에서 맑은 날이면 적당한 도수와 짙기의 자외선이 차단되는 선글라스를 끼는 게 눈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짙은 선글라스로) 광선을 많이 차단해 어두워지면 동공이 열린다. 자외선이 수정체로 넘어가면, 또 만성적으로 그런 자극이 쌓이면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짙기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이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각막염 증상이 나타나면 식염수로 눈과 주변을 깨끗이 씻은 뒤 온찜질을 하면 보통 1∼2일이면 치유되는데요.

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황형빈 교수는 "초기에는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할 수 있는 인공누액 같은 것들이 치료제가 되겠고, 부가적으로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가벼운 점안 항생제를 쓰는 것이 좋다. 심해져서 감염까지 동반된 각막염이 유발된다면 집중적인 점안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임동근 기자 김진희 인턴기자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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