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보다 축하객이 더 많아요"…DMZ에서의 특별한 졸업식
"여러분 웃음소리가 JSA 민정중대 존재 이유"
(파주=뉴스1) 허고운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군사분계선(MDL)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비무장지대(DMZ) 내 학교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초등학교에서 지난 5일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제55회 졸업식이 열린 대성동초 교문은 한미 군인이 지키고 있었고, 졸업식장인 2층 강당으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군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강당에는 '소중한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빛나는 너희들을 응원해'라는 글귀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 깃발도 세워져 있었다.
이날 졸업식의 주인공은 김담혜양, 박희율군, 신의창군, 여소윤양, 정유화양 등 5명이다. 이들 중 김양은 대성동에서 자란 '토박이'이고, 나머지 4명은 인근 문산읍 거주 학생들이다.
졸업식에는 학부모, 파주시, 파주교육지원청, 통일부, 제1보병사단,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중립국감독위원회, 군사정전위원회 등의 관계자와 박정 국회의원, 김진기 파주시 부시장,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복을 차려 입은 졸업생들은 졸업장과 함께 성실상·예능상·체육특기상·미술상·덕행상 등 표창장을 받았다. 김양은 정형외과 의사, 박군은 유튜버, 신군은 체육교사, 여양은 패션디자이너, 정양은 바리스타가 장래희망이라고 한다.
이날 졸업식에선 제1군단장상,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상, 제1보병사단장상, 통일부장관상, 파주시장상, 박정 국회의원상, KT CEO상 등이 전달됐다. 기념품 증정식도 진행됐다.
최창수 육군 제1사단장은 기념품을 전달하며 "대성동초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학교"라며 "어린 학생들이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해 큰 기여를 하는 어른들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국 측 JSA대대 민정중대 손승한 중대장은 졸업생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러주며 "대성동초의 웃음소리는 민정중대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의 크리스 메르카도 경비대대장은 "DMZ 안에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졸업식"이라며 "마을 주민들에게 매일, 24시간, 일주일에 7일 내내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큰 특권"이라고 말했다.
윤영희 교장은 "지금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여러분이 대견하고 행복하다"라며 "앞으로 장점을 그대로 살려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 미래의 꿈을 이루기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졸업식은 후배들이 직접 참여한 축하 공연과 학년별 담임선생님·학부모의 영상 편지 상영, 한국식 오카리나인 '독도리나' 공연, 그리고 기념촬영 등의 순으로 약 1시간40여 동안 진행됐다.
김양은 "대성동초에서 우리의 추억을 남기고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슬프지만 우린 다시 만날 것"이라며 "그 시간이 올 때까지 잊지 않기야"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박군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르쳐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선생님께 감사하고, 6학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다"라며 "우리 6학년이 끝나도 행복하게 잘 지내자"라고 인사했다.
4학년 때 대성동초로 전학온 신군은 "친구들아 내가 학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워"라며 "선생님, 저를 항상 챙겨주시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양은 "친구들아, 중학생이 돼서도 가끔 연락하며 지내자"라며 "앞으로 공부 잘 하고 말 잘 듣고 부모님을 웃을 수 있게 하는 멋진 딸이 되겠습니다"라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정양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린 것 같다"라면서 "지금까지 친구들도 거의 바뀌지 않아서 기억에 남는데 졸업해도 잊지 말고 또 만나자"라고 했다.
1968년 개교한 대성동초는 전교생이 10명을 넘지 못해 한때 폐교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2006년부터 공동 학구로 지정돼 타 지역 학생의 입학을 받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올해까지 총 22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학년당 5명씩 전체 30명이 재학 중이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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