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은 이것부터 다르네”…삼성 이병철 회장 생가 가보니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1. 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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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 [사진=방영덕 기자]
“많은 사람들이 한번만 오진 않더라고요. 부자 기운을 더 받으려고 여러 차례 방문하고, 그래서 실제 사업이 잘 풀렸다는 좋은 소식을 들려주시기도 합니다(웃음).”

2024년 새해를 맞이하기 이틀 전,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를 찾았습니다.

이 곳에서 만난 강명희 의령군 해설사는 이병철 회장의 약력부터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에 얽힌 이야기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당시의 이야기까지 술술 풀어냈습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 가는 길. [사진=방영덕 기자]
서울에서 366km 떨어진 호암생가. 차로 쉼없이 4시간30분 가량 달려온 기자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온 20여명의 사람들은 강 해설사가 들려주는 ‘부자 명당’ 얘기에 무엇보다 빠져들었습니다.

부자 명소는 문패부터 남달랐죠. 값비싼 문패여서가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자 기운을 받으려고 어루만졌는지 글자 주변이 다 반질반질해졌더랬습니다. 이 날도 방문객들이 문패를 어루만지며 한번씩 사진을 찍었습니다.

출입문을 지나 들어간 생가는 일자형 평면 형태로 남서향의 평평한 땅 위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생가에서 호암은 유년기부터 박두을씨와 결혼해 분가하기 전까지의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 [사진=방영덕 기자]
강 해설사는 “1851년 호암선생의 조부께서 직접 생가를 지었어요. 대지면적은 1907㎡인데 그 동안 몇 차례 증개축을 거쳐 지금의 은은하고 고고한 멋을 풍기는 모습으로 단장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생가는 안채, 사랑채, 대문채, 광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옥에서 흔히 보는 토담 뿐 아니라 바위벽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구분되고, 주위로 울창한 대숲이 조성된 게 특이해 보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강 해설사가 이같은 점을 풍수지리학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은 귀를 더 쫑긋세웠습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 [사진=방영덕 기자]
“자자, 여기 보시죠. 생가 주변을 둘러싼 산의 높이가 참 낮죠? 게다가 주변 산 모양이 꼭 곡식을 쌓아놓은 것 같은 노적봉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변 산의 기가 산자락 끝에 위치한 이 호암생가 터에 혈이 돼 맺혀 그 지세가 융성하다고 합니다.”

또 생가 멀리 흐르는 남강의 물이 빨리 흘러가지 않고 생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흐르는 역수를 이룬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강 해설사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란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집 내부에 담벼락처럼 둘러싼 바위는 보는 사람의 위치나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 내 위치한 부자 바위. [사진=방영덕 기자]
“이 바위가 부자바위, 복바위라고 불리는데, 저기 저 바위가 잘게 쪼개진 모양 보이시나요? 시루떡같이 생겼죠? 저기 툭 튀어나온 부분은, 두꺼비처럼 보이고요. ‘밭 전’ 한자가 보이신다는 분도 있고, 주판알이 보이신다는 분도, 또 부처상까지 보인다는 분이 있는데, 정말 사람에 따라 달리 보여서 신기한 바위입니다.”

모두 다 부(富)와 풍요로움 등을 상징하는 것들로 바위 모양이 보인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강 해설사가 손 끝으로 바위를 가리킬 때마다 여러 사람들의 눈동자 역시 연신 돌아갔고 동시에 카메라 안에 사진으로 그 모습을 담느라 바빠보였죠.

풍수지리설을 다 믿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경제 발전에 이끈 삼성을 일군 이병철 창업회장의 업적만큼은 (그래서 그의 자녀 이건희 선대회장과 손자 이재용 회장이 그를 이어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보니 기자 역시 눈길이 갔습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위치한 삼성 이병철 창업회장의 생가. [사진=방영덕 기자]
이병철 창업회장은 부친에게서 받은 의령 쌀 300석을 바탕으로 정미소 등 사업을 펼쳤고 이를 기반으로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제일제당, 제일모직,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을 일으켜세웠습니다.

특히 ‘사업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신념을 바탕으로 혹독한 경영환경을 극복해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1976년 11월 전경련회보에 이병철 창업회장이 남긴 ‘나의 경영론’을 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고, 나의 갈 길이 사업보국에 있다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사진 왼쪽)과 이건희 선대회장.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사업보국과 더불어 인재제일, 합리추구 등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끈 만큼 그의 유년시절을 엿볼 수 있는 이 곳의 보존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강 해설사는 “세계 각지에서 삼성의 깃발이 흔들리는데, 이런 사실은 경남 사람들에게 큰 자부심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 금성(LG전자의 옛이름), 효성’

그런데 삼성 뿐 아닙니다. 삼성을 비롯한 금성, 효성 창업주의 생가가 모두 부자 바위로 알려진 의령의 솥바위 20리(약 8km) 내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구인회 LG창업주와 허만정 GS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생가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있습니다.

경남 의령에 위치한 솥바위. [사진출처 = 의령군]
모두 ‘부자 바위’로 알려진 의령의 ‘솥바위(鼎巖·정암)’ 20리(약 8㎞) 안쪽에 위치합니다. 가히 이 일대를 ‘부자 마을’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솥바위는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이 솥의 발처럼 발이 세 개 달린 형상을 띄고 있는데 여기에는 조선말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깃들어져 있습니다.

이 곳을 지나던 한 도인이 ‘바위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내에 세 명의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전설입니다. 그리고 삼성·LG·효성의 창업주가 이 인근에서 태어남으로써 그 전설은 현실이 된 것이죠.

이 일대에서 실제 국내 재벌 기업의 창업주들이 많이 태어났고, 특히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던 옛 지수초등학교는 구인회 LG 창업주, 이병철 삼성 창업주,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함께 다녔을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 창업주 30여명을 배출한 학교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경남 의령에 위치한 솥바위. [사진출처 = 의령군]
위에서 언급한 3인의 창업주 외에 의령군 용덕면에서는 아시아 최대 기부왕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1조 7000억원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삼영화학그룹 창업주 관정 이종환 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야말로 한국 기업을 이끌고 사회문화적으로도 공헌하는 K-기업가들을 배출한 부자 마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갑진년 청룡의 해인 2024년 새해 첫날 1000여명의 관광객들은 이른 새벽부터 솥바위를 찾았습니다. 솥바위에서 저마다의 소원을 간절히 빌고, 부자 기운까지 얻어가려는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부자의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를 겁니다. 하지만 누구나 풍요로움을 희망하고, 몸은 비록 고됐더라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때를 그리워하며, 실제로 ‘대박’의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매년 연말연시면 외국인이며, 단체로 기업인들이 방문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경남 지역.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 기운을 나눠가지고, K-기업가의 정신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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