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교육하고 산모와 공감하는 '출산파트너'…제왕절개 절반으로 '뚝'

박정렬 기자 2024. 1.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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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제왕절개 공화국③ 끝.
[편집자주] 한국에서 출생하는 아이 10명 중 6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준의 4배에 달한다. 고령·다태아 임신 외에도 통증에 대한 공포,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제왕절개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산모와 태아, 나아가 가정의 건강을 위해 출산율만큼 출산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텅빈신생아실./사진=뉴스1

지난해 9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문화여성병원이 문을 닫았다. 25년 동안 운영돼 온 대형 산부인과의 폐업 소식은 지역민은 물론 의료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산부인과의 '도미노 폐원'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을 포함해 분만실을 갖춘 분만 기관은 2014년 675개에서 2022년에는 474개로 200개 넘게 감소했다. 서울마저도 용산·강북·성동구는 의료기관 중 분만실이 있는 곳이 각각 단 1곳에 불과하다.

산부인과 세부 전공은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産科)와 자궁근종이나 난소암 등 질환을 책임지는 부인과(婦人科)로 나뉜다. 이 중 임신·출산을 다루는 산과는 거의 전멸 직전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60~70%로 저조한 상황에 산과를 선택하는 의사는 '씨가 마르고' 있다. 김수현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과 분야에서 젊은 의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법원이 분만 시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도 수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병원을 지켰던 의사들마저 그만둘 생각을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부인과는 '병원에서 유일하게 진단받은 환자가 기뻐하는 과(科)'였다. 그러나 임산과 출산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아이를 낳는 일도 온전히 기쁨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시대가 됐다. 산부인과 폐원과 전문의 부족, 제왕절개율 62%(2022년 기준)라는 수치는 이런 변화한 시대상을 대변한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제왕절개 분만율은 가임기 여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로 아이를 낳는 사회에서 분만이 어떤 사건으로 여겨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왕절개의 증가는 의학적으로 고령 임신, 다태아 임신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0대 이상뿐만 아니라 10대, 20대 등 모든 연령 집단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이 증가하고 있어 이것만으로 증가 추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과 비교해 산모와 태아 건강에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제한적으로 시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산모의 요청 등이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받는 의사도 자연분만을 위해 길게는 수일을 대기하며 긴장하는데, 전문의 부족이 점점 심해지는 만큼 향후 물리적인 한계 등으로 제왕절개 분만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 용산구보건소 모자보건실 산모와 신생아 지원사업 관련 포스터 모습.2023.12.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산통(産痛)에 대한 걱정과 분만 시 손상 등에 대한 산모의 공포와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사가 산모 한 명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수가 체계를 손보고, 산모와 파트너를 대상으로 산전 교육을 진행하거나 호흡법 등 분만 훈련을 진행하는 식이다. 실제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둘라'(doula)라는 출산 코치를 배정해 부부 대상 교육과 진통 과정에 눈맞춤, 손 쓰다듬기 등의 정서적으로 지지를 제공했다. 그랬더니 둘라와 출산한 경우 제왕절개 분만율은 13.4%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25%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산모가 원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분만할 '권리'를 확보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출산율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 의료를 구성하는 산부인과 유인·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정원 교수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단순히 출산 방식을 넘어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그 가족의 삶, 평생 의료비와도 연관된다"며 "우리나라 여성이 제왕절개를 선호하거나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한 양적·질적 연구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이 조속히 개발·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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