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번 모니터링, 52개 편집본" 최동훈 '외계+인2'는 다른 이유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최동훈 감독이 절치부심 칼을 갈고 영화 '외계+인' 2부로 돌아왔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 '도둑들'(2012), '암살'(2015)로 '쌍천만' 흥행 신화를 쓴 충무로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히트 메이커이다. 쌍천만 흥행작을 비롯해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참신한 볼거리를 선사해왔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주옥같은 명작들을 배출해온 최동훈 감독. 오는 10일엔 신작 '외계+인' 2부로 극장가에 컴백하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1부(2022)에 이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특히 최동훈 감독은 1부의 흥행 부진을 딛고 업그레이드된 재미로 꽉 채운 2부를 선보이며 흥행보증수표의 부활을 예고했다. 후반 작업만 1년 반 소요, 150번의 세심한 모니터링, 52개의 편집본까지. 이 어마어마한 숫자에서 그가 얼마만큼 혼을 갈아 넣었는지 가늠케 하며, 웰메이드 완성도로 관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부에서 남긴 궁금증을 하나둘씩 풀어가며 외계인의 탈옥과 외계물질 '하바'의 폭발을 막으려는 이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압도적인 스케일, 생동감 넘치는 CG 효과에 화려한 액션은 물론 쫄깃한 반전까지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롭게 담겼다.
최동훈 감독은 5일 진행된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1부의 쓴맛을 극복하고 "'외계+인' 2부는 날 구원해 준 영화다. 관객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라며 작품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 바, 다시금 기대를 걸게 했다.
다음은 최동훈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2부까지 드디어 '외계+인' 시리즈를 매듭 지은 소감은.
"다 끝나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시간이 오다니, 그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 사실 끝마친 지 얼마 안 됐다. 한 달 전쯤까지도 작업에 매진했었다. 제가 150번이나 이 영화를 봤으니까 아직도 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긴 하는데 관객분들께 보여준다 생각하면 좀 가슴이 뛴다."
Q. 최근 '외계+인' 2부 언론시사회 때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후반 작업을 되게 열심히 했다. 이렇게 내가 열심히 다 했다 생각하는 게 '타짜'는 후반 작업이 3주 걸렸는데 '외계+인' 2부는 1년 반 동안 했으니까. 그 1년 반을 오래 했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을 일하는 농부처럼 보냈다. 그렇게 수확한 쌀을 다 팔고 난 다음의 농부의 마음이라 울컥했던 거 같다. "
Q. 1부가 아쉽게도 153만 명 동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그렇게나 작업했던 것 같은데 당시 어떤 심경이었나. 더군다나 처음 겪은 흥행 참패였다.
"다 제 잘못이고 '일단 집 밖에 나가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거지만, '이게 영화감독의 운명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 흥행에 성공한 제 영화들도 저는 다시 보면 '저 장면 다시 찍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든다. 저한테는 영화가 완벽하거나 마냥 좋았다고만 할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외계+인' 1부 같은 경우는 흥행도 안 되었고 관객분들의 호불호도 많이 갈렸다. 호불호, 이 반응이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과연 2부를 할 힘이 있을까?' 이러면서 시작했다. 잘 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처음에 너무 힘들었다. 근데 되게 신기한 게 계속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후반 작업에 임하면서 '맞아, 내가 영화를 만드는 건 재밌고 좋아서였지'라는 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정말 마치 도를 닦는 느낌이었다."
Q. 그만큼 '외계+인'이라는 작품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외계+인' 2부가 저 자신을 구원해 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가 벌써 영화 만드는 일을 한 지 20년째가 되었더라. 이제까지 만든 영화가 멋있는 애, 근사한 애도 있고 그랬지만 '외계+인'이 우여곡절이 많았고 힘들기도 했고 그래서 저한테는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로 남았다."
Q. 1부가 흥행 성적표는 아쉬웠지만 OTT 플랫폼에 공개된 뒤엔 호평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 반전이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순위가 높은 걸 보고 '아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다. 저는 극장에서 영화 개봉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인데, 변화된 OTT 환경 덕분에 되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힘내라고 하는 사람도 무척 많았고. 그게 2부를 작업할 때 큰 힘이 되긴 했다. '망했으나 완전히 망한 건 아니었구나' 싶더라. '2부를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는 '정말 그럴까' 했지만(웃음).
사실 이 영화 때문에 미안한 분들이 많았다. 물론, 제일 미안한 건 관객분들이다. 관객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고 후회가 남도록 일하기도 싫어서 2부를 열심히 만들지 않으면 안 됐다. 그게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을 했다."
Q. 마음을 다잡고 2부 후반 작업에 뛰어들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1부는 매혹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 신경을 많이 썼다면, 2부는 몰입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건 '몰입감'이었다. 제가 2부를 150번이나 봤다. 편집을 하고 집에 와서 쉬다가 불을 꺼놓은 채 보는 거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나는 감독이 아니라 일반인이고 관객이야', 나의 뇌를 속이면서. 그렇게 보다가 어디선가 걸리거나 의아하거나 뭐가 비었다고 느껴지면 그걸 또다시 수정을 하러 가는 거다. 그래서 편집본만 52가지 버전이 나왔다. 정말 관객의 마음으로 만들었다."
Q. 어떤 수정 작업을 거쳤나.
"2부의 첫 번째 시나리오에선 현대와 과거를 네 번 정도 왔다 갔다 했었다. 그걸 두 번으로 줄인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민개인(이하늬)이 나오는 현대 장면은 시나리오를 아예 다시 쓰기도 했다. 그걸 빌미 삼아 재촬영을 하루했다. 고맙게도 이하늬가 '감독님 저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하더라. 2부를 여는 서머리(summary, 요약)에서 김태리(이안 역)의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사실 김우빈(썬더·가드 역) 버전도 있다. '내가 너무 결정을 못 하겠는데 둘 다 해주면 안 될까', 두 배우에게 부탁했다. 결과적으로 김태리 버전이 채택되어 김우빈한테 용서를 구하는 전화를 했는데 '아이 그러시라'고 하더라. 배우들이 정말 다 흔쾌히 응해줬다."
Q. 2부 서사의 핵심을 짚어준다면.
"'외계+인' 2부는 캐릭터들의 관계가 얽혀가는 얘기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SF이고 판타지 장르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액션 드라마'다. 만나서 뭔가 한바탕 어드벤처를 겪고 난 뒤 그들이 헤어지게 되지 않나. 그 만남의 과정과 더불어 헤어지는 걸 다 그려보고 싶었다."
Q. 김태리가 "최동훈 감독님이 모든 배우를 짝사랑하셨다. '외계+인' 현장은 진짜 특별했다. 덕분에 영화 자체의 낭만, 사랑을 깨달았다"라는 인상 깊은 소감을 남겼다. 출연진을 향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배우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 사랑하면서 촬영했다. 감독이 보통 배우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사랑에 빠져 무르익었을 때쯤엔 헤어지는 그런 과정을 겪는 거 같다. 1년 반 동안 저 혼자 52개의 2부 편집본을 만들면서 배우들의 눈을 보는데 또 좋더라."
Q. 특히 김우빈과 인연이 깊었는데. 거슬러올라가 '외계+인' 1부는 김우빈의 비인두암 투병 이후 6년 만의 복귀작이라 큰 주목을 받았었다. 그 이전에 '도청' 제작을 중단하면서까지 김우빈의 완치를 기다려준 사연이 화제였다.
"다 아시겠지만 김우빈과는 원래 '도청'을 하려다가 못했다. 그 다음에 '외계+인'을 한 건데, '김우빈의 컨디션에 따라서 뭐든지 하자'라고 얘기가 된 거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가드가 원래 되게 작은 캐릭터였는데 김우빈이 점점 조금씩 근육에 힘이 붙고 하면서 가드의 분량도 점차 늘어났다. 이 정도면 김우빈이 맡아도 되겠다 하고 보니 가드가 너무 사명감만 많고 심심한 거다. 제가 원래 과묵한 캐릭터를 잘 안 쓴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려견 같은 매력의 썬더를 만든 거다. 그렇게 김우빈과 계속 통화를 나누며 완성한 게 썬더, 가드 캐릭터다.
김우빈처럼 멋있게 생기면 연기를 좀 잘 안 해도 되는데 그 배우는 정말 열심히 한다. 제가 '이만하면 됐다' 해도, 김우빈은 '한 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만이 없고. 옛날에도 되게 좋은 사람이었는데 더 좋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마음이 편했다. '외계+인'은 김우빈이 건강을 되찾는 과정과 함께했기에, 무척 행복한 느낌을 받았다."
Q. 김태리, 류준열(무륵 역)은 어떤 배우였나.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2016)를 보면서부터 '뭔가 있구나' 궁금증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김태리는 술도 잘 안 마시고 낯도 가리는 사람이었다. 같이 하자고 했을 때 흔쾌히 해줘서 고마웠다. 김태리는 본인 촬영이 다 끝났음에도 잘 안 가는 배우였다. 촬영한 그 의상 그대로 입고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명이 올라가면 왜 올라가는지 신기해하면서 구경하더라. 영화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많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저한테 가장 질문을 많이 했다.
류준열은 굉장히 똑똑하다.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제가 모니터 앞에서 뛰어나오면 뭘 요구하려고 하는지 다 안다. 액션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캐릭터에 대해 혼자 고민을 많이 하고 그 고민을 그대로 연기해 내는 친구였다."
Q. 흥행을 떠나 '외계+인'으로 연작을 시도했고, 신선한 도전을 보여줬는데 스스로 내린 평가가 궁금하다.
"저는 시간 재배치를 좋아하고 그렇게 구성하며 만들어지는 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외계+인'이 새로운 방식이었으나 '너무 파격적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긴 했다. 하지만 새로운 걸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기에 꽤 재밌는 작업이었다. '도둑들'을 한 다음에 '암살'을 한 것도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였다. 그때는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없어서 책을 찾아가며 공부했고 이걸 해야겠다 싶었다. '암살' 끝난 뒤에도 또 완전히 다른 걸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암살2'를 하라고 그랬지만. 저도 재밌을 거 같고 실제로 이야기도 만들어놓은 게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외계+인'을 한 거다.
진짜 가장 한국적인 SF물을 만들고 싶었다. 연작이 희한한 방식이고 색다른 시도라 해볼 만한 거 같았다. 저한테는 그렇게 '외계+인'이 너무너무 재밌는 얘기였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낯선 감이 없어지기도 하지 않나. 개봉 때와 다른 호기심으로 접근하게 되고. 그래서 이 영화가 부디 10년 뒤에 봐도 유치하지 않고 좋은 시도였길 바란다."
Q. '외계+인' 1부를 관람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2부에 관해 한마디 남긴다면.
"1부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서머리만 6개월 동안 만들었다. 1부를 보지 않으셔도 재밌게 볼 수 있을 있도록, 그런 점까지 고려하여 계속 편집했다.'외계+인' 2부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Q. 기대하는 반응이 있는가.
"'저 사람 열심히 하긴 했네' 그런 얘기만 들으면 된다."
Q. 차기작은 계획 중인 게 있는지.
"'외계+인'만 6년 동안 했다. 개봉해도 잘 못 빠져나갈 거 같다. 휴식도 필요하겠고. 그래서 다음 걸 뭐 찍을지 아직 못 정했다. 머릿속에서만 혼자 상상하고 있다. '외계+인'에서 빠져나가면 쓸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저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남의 시나리오는 안 하잖아' 그러시는데, 아니다. 난 다 할 수 있다. OTT 시리즈든 뭐든 좋은 시나리오라면 당연히 해보고 싶다."
Q. 연출, 제작자로서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걸어온 소회는 어떠한가. 최동훈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께 거짓말을 쳐 도서관에 안 가고 극장을 다녔다. 어릴 때는 뭐 다 촌에 살고 집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게 저한테는 삶의 도피처였다. 저는 모든 시험을 다 두 번 만에 붙는 사람인데 재수할 때도 영화를 하루에 네 번씩 보고 그랬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영화감독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냥 스태프를 해도 되고 시나리오 작가만 될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아주 행복할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내가 혹시 영화를 만든다면 진짜 재밌지 않을까 싶었는데 1994년부터 정말로 만들기 시작한 거다. 영화의 세계가 너무 넓지 않냐. 영화감독이란 직업은 그 안에 아주 작은 세계를 만드는 일 같다. 이걸 잘 만들었으면 좋겠고, 영화가 되게 존경스럽다. 류승완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과 만나면 맨날 영화 얘기만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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