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다큐 '건국전쟁' 감독 "건국 세대에 미안한 마음 담았죠"
1954년 이승만이 뉴욕서 카퍼레이드하는 영상 입수해 처음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김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2020)은 제목만 봐선 반공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주지만, 휴먼 드라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6·25 전쟁 때 북한에서 동유럽 국가들로 보내진 5천여명에 달하는 전쟁고아들의 삶을 조명했다. 당시 루마니아에 파견돼 아이들을 가르친 북한 남성과 루마니아 여성의 러브 스토리도 감동적이다.
김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일대기다. 올해 2~3월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언뜻 봐선 동떨어진 주제지만, '건국전쟁'은 '김일성의 아이들'에 담긴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승만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1990년대 평양에 다녀온 목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평양 거리에 '이승만 괴뢰 도당을 타도하자'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고 해요. 이승만이라는 키워드로 현대사의 비밀 같은 걸 풀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김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1년 초부터 약 3년에 걸쳐 '건국전쟁'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며느리 조혜자 여사를 포함한 주변 인물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김 감독은 미국 주요 도시와 하와이 등 이 대통령의 행적이 깃든 곳을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김 감독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세대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감독으로서 마음은, 한마디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건국 세대 전체에 대한 죄송한 감정이었죠."
이는 이승만의 공(功)보다는 과(過)를 부각하는 역사 해석이 주류라고 보는 김 감독의 시각과 직결된다.
그는 "그동안 이승만 대통령의 어두운 면, 잘못된 면만 부각하고, 심지어는 '살인자'나 '독재자'의 이미지로 덧칠하지 않았나"라며 "그걸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내 소망"이라고 털어놨다.
'건국전쟁'은 이 대통령의 역사적 공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투신할 때부터 가난한 민중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하고, 미국 유학을 통해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민족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청년 이승만을 조명한다.
이 대통령의 재임 기간 업적도 평가한다. 특히 그가 단행한 농지 개혁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한다.
4·19 혁명과 이 대통령 하야의 도화선이 됐던 1960년 3·15 부정선거도 사리사욕에 눈이 먼 주변 인물들이 주도한 비리로 봐야 한다고 영화는 주장한다.
김 감독은 "나도 84학번으로, 전형적인 586세대"라며 "나 역시 대학을 나오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도 그렇게 오랫동안 이승만이 누군지 몰랐던 데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영화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건국전쟁'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영상도 나온다. 정전협정 체결 이듬해인 1954년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이 담긴 짤막한 영상으로, 김 감독이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미국이 아닌 나라의 국가원수가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를 한 건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은 인물이었다"고 강조했다.
'건국전쟁'은 이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노래 '매기의 추억'과 동요 '반달' 등의 음악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 감독은 "음악으로 그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은 이 대통령의 활동이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 제목은 '더 버스 오브 코리아'(The Birth of Korea)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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