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케스트라는 훌륭했다

문원빈 기자 2024. 1. 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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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눈 모두 제대로 호강한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새해 첫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분명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2시간 40분이었지만 동시에 안타깝고 서글픈 감정이 교차한 음악회였다.

넥슨 '메이플스토리'가 새해를 맞이해 1월 6일과 7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를 개최했다. 지난해 '원신' 오케스트라를 진행한 장소와 동일하다.

지난 2년 동안 테일즈 위버, 리니지, 가디언 테일즈, 원신 등 게임 관련 오케스트라를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메이플스토리는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재즈 온 메이플스토리 모두 참여했다.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는 어느덧 3회차다.

평화의 전당으로 향하면서 최근 메이플스토리 확률 이슈로 환불 요청이 많다고 전해들었다. 방문객이 많이 없을까봐 걱정했다. 5시경 평화의 전당에 도착했다. 우려와 달리 많은 방문객이 현장을 채웠다.

티켓은 이름 초성으로 대기열을 관리했다. 'ㄱ'과 'ㅇ' 대기열이 나머지 초성을 모두 합친 것보다 길었다. 덕분에 편하게 티켓을 수령하고 평화의 전당에 입장했다. 건물 안에서는 팬들이 순서대로 포토존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기자도 찍고 싶었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아 아쉽게도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3층 객석을 선택했다. 매번 1층에만 앉아서 위에서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3층 객석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다. 의자 앞 공간이 좁아서 자칫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였다. 

6시에 잠깐 관객석 현황을 살펴봤다. 확실히 R석을 제외하면 빈 자리가 있었다. 역시 최근 이슈가 영향을 끼친 탓일까.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지난 재즈 온 메이플스토리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 서글펐다. 

6시가 조금 지나자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음을 조율했다. 이후 안두현 지휘자가 나타났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 하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새롭고 기대감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첫 곡은 늘 그렇듯이 로그인 BGM이다. 곡 구성은 이전과 비슷하다. 1부에서는 모험가가 메이플 랜드에서 성장한 후 검은마법사를 격파하는 과정 순서이며 2부에서는 새로운 적과 캐릭터 위주로 구성했다.

연주가 시작되자 화면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전에는 트레일러를 재생했다면 이번에는 특별하게 제작된 1인칭 배경 혹은 BGM 상황과 관련된 이펙트에 연주자들의 모습을 비췄다. 오케스트라에 보다 몰입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 When The Morning Come

로그인 BGM 다음 'When the Morning Comes'이 연주됐다. 엘리니아 BGM으로 기자가 라이브 연주로 꼭 들어보고 싶었던 곡 중 하나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이번 오케스트라는 지난 오케스트라보다 더 많은 곡을 선보였다.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곡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노니오페라코러스 합창단의 보이스도 가미되어 곡 자체도 이전보다 근사하게 꾸며진 것이 더 만족스러웠다.

검은마법사 BGM 3종과 소프라노, 바리톤의 'Promise of Heaven', 'Way Back Home' 라이브를 직접 들었다는 것만으로 정말 행복했다. 성악가들의 환상적인 목소리는 정말 '감탄'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 Way Back Home

2시간 40분이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갔다. 티켓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3층 관람석으로 구매한 것이 후회됐다.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표정을 화면으로만 볼 수 있으니까 아쉬웠다.

물론 공연 자체에도 지적할 만한 요소가 없진 않았다. 무엇보다 무전기 소리는 정말 개선할 필요가 있다. 3층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다 들릴 정도로 무전기 소리가 컸다.

쉬는 시간이나 곡이 전환되는 시간에 들려오면 그나마 양해할 수 있겠지만 공연 도중 무전기 소리는 귀에 거슬렸다. 소프라노 노래와 무전기 소리가 겹칠 때는 정말 불쾌했다.

티켓 구성도 아쉽다. 이전에는 티켓을 구매하면 게임 아이템 쿠폰과 무료 팜플렛을 제공했지만 이번에는 티켓 외 별도의 구성품은 없었다. 무조건 제공해야 할 건 아니라도 기존에 있던 게 없으니까 괜히 허전했다. 

그래도 새해 첫 오케스트라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음악회가 끝나니까 하늘에서 눈이 쏟아졌다. 눈으로 뒤덮힌 경희대학교 풍경도 정말 아름답다. 덕분에 귀와 눈이 모두 호강한 날이다.

다만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메이플스토리 방송을 보는 사람들, 메이플스토리에서 겪은 사건들을 공유하는 일행들, 이슈에 걱정하는 사람들, 김창섭 디렉터를 여전히 창섭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보니까 안타깝고 서글펐다. 

더 많은 사람과 음악회를 함께 감상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번 전국 투어 이후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가 또 개최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어렵겠지만 신뢰를 잘 회복해 꾸준히 개최할 수 있길 바란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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