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응답없는 태영, 금융당국 "법정관리도 검토하겠다"

권화순 기자 2024. 1. 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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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까지 추가자구안 제시 못한 태영그룹, 채권단·금융당국 "4가지 원칙 확약 필수"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자설명회가 열린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3일 채권단을 불러 태영건설의 자구계획과 경영상황을 설명하는 채권자설명회를 연다. 태영건설의 자구 노력을 채권단이 얼마나 받아들일지가 관건인 만큼 오는 11일 결정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짐작할 수 있는 관문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되며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태영건설의 대출보증 규모는 9조원가량이다. 사진은 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의 모습. 2024.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태영그룹 측에 주말 전후로 추가 자구안으로 내놓으라고 '최후 통첩'한 가운데 현재까지 태영 측에서는 뚜렷한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은 TY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갹대금 890억원을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3가지 자구안에 대해서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확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태영 측이 만족할 만한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법정관리 시나리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들 주말 회의... 금융당국 "자구안 확약 않으면 법정관리 시나리오도 검토"
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 측은 전일까지 채권단이 요구한 실질적인 자구안을 추가로 제시하지 않았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제시한 4가지 자구안 중 첫번째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89억원 전액을 태영건설 자금으로 써야 한다"며 "TY홀딩스 보증 채무에 쓴 890억원을 약속대로 태영건설 자금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최후 통첩했다. 890억원 안에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얻은 자금도 포함된다.

하지만 TY홀딩스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윤 회장 앞으로 416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알렸다. 윤 회장이 태영인더스트르 매각 자금 416억원을 직접 태영그룹에 지원하는 형식이 아니라 TY홀딩스 발행 채권을 매입하는 간접 지원을 선택한 셈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으로 윤 회장은 연 4.6%의 이자까지 받은다. 사채 출연이 아니라 '사재 대출'이란 비판이 채권단에서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890억원 매각 자금 지원과 3가지 자구안 확약을 위한 이사회 의결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워크아웃 개시가 어렵다. 태영 측이 주말 혹은 내일까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법정관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도 주말 회의를 이어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모여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과 관련한 논의와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도 점검한다. 아울러 태영건설 사태가 다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나 건설사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PF 점검 회의도 개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롯데건설은 (유동성 부족)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문제 됐을 때부터 굉장히 유동성을 확보해놨다"며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은 건설사 성격도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태영건설 법정관리시 3200억 연대보증 갖고 있는 TY홀딩스도 부도위기 내몰려
다만 태영건설이 사실상의 데드라인인 월요일(8일)까지 실질적인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확정하는 채권자 협의회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그 전에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다른 채권자를 설득해 신용공여액 기준 75% 동의를 넘기려면 늦어도 8일까지는 추가 자구안이 나와야 한다.

태영그룹 역시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유로운 상황이 결코 아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시 부채비율 상승에 따라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태영건설 투자부문을 인적분할해 TY홀딩스를 설립할 당시 넘겨받은 연대보증이 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TY홀딩스의 연대보증은 총 3200억원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으로 갚은 890억원을 제외하고 약 2700억원이 남았다.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자들이 동시에 TY홀딩스에 연대보증 책임을 물어 빚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법정관리가 아니라 워크아웃을 개시하면 그나마 PF 사업장 정상화 가능성에 상환요구가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TY홀딩스는 올해 초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사모펀드 KKR로부터 4000억원을 빌렸는데 계약 조간 중 지분 몰취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TY홀딩스의 부채 총액이 1300억원을 넘으면 몸값 1조~2조원대 에코비트 지분도 KKR에 넘겨야 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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