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비상을 꿈꾸네, 龍솟음치는 이곳에서

박준하 기자 2024. 1.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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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해, 용을 찾아서] 용의 전설 내려오는 경북 경주를 가다
“용이 되어 나라를 평안히 지키겠노라”
삼국통일 이룬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
대왕암 너머 떠오르는 붉은 해 ‘장관’
누런 용 나타나 궁궐 대신 지은 황룡사
세마리 호국룡 살았다는 분황사 석정
상상의 나래 펼치며 용의 기운 ‘듬뿍’

갑진년이 밝았다. 용은 예부터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영수(靈獸)로 신성하게 여겨졌다. 기암괴석처럼 신선이 빚어놓은 것 같은 풍광에 용과 얽힌 전설이 유독 많은 건 그 때문이다. 또 용은 비를 부르는 신을 상징해 농사와도 연관성이 크다.

우리 곁에 있는 용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전설이 있는 명소로 떠나본다.

경북 경주 문무대왕릉에 갑진년 해가 떠오른다. 산처럼 솟은 대왕릉을 감싼 너른 바다엔 물안개가 일고 있다.
황룡이 나왔다는 터인 황룡사지. 몽골군의 침입으로 절은 소실됐다

◆갑진년 맞이하는 문무대왕릉 일출=경북 경주는 과거 신국(神國)을 자처하던 나라, 신라였다. 신국에 용신이 빠질 수 없는 노릇. 경주엔 유독 용과 관련된 유적지가 많다. 그 가운데 제일은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진 문무대왕릉일 것이다.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은 용이 돼 신라를 지키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오전 6시. 아침 7시28분에 해가 뜬다는 소식에 시내에서부터 바삐 출발했다. 잠깐 바깥바람을 맞아도 볼이 땡땡 어는 자비 없는 날씨였다. 문무대왕릉이 손에 닿을 듯 보이는 봉길대왕암해변엔 추운 날씨를 뚫고 갑진년 일출을 보려고 모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문무대왕릉은 육지에서 불과 200m 떨어져 있다. 중앙 대왕암 주변을 다른 화강암으로 둘러싸고 있는 구조이나, 해변에서 보면 바다 위로 낮은 산 두개가 솟아난 모양이다. 어스름한 감청색 하늘에 파도 소리는 용이 우는 듯 ‘우우웅’ 하고 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며 수평선으로 붉은 기운이 올라온다. 해다.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터진다.

붉은 해를 벗 삼아 수면 위론 물안개가 구름처럼 일렁거린다. 바다 온도와 대기 온도가 큰 차이가 나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문무대왕릉에선 이런 절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물안개 사이로 솟은 문무대왕릉과 용암같이 뜨거운 태양이 빚어낸 모습은 이 바다 깊은 곳에 용이 살아 숨 쉴 것만 같다. 신라의 한 설화에선 문무왕이 아들 신문왕에게 만파식적을 줬는데, 이 피리를 불면 문무왕이 용으로 나타나 국가 안위를 지키겠다고 했단다.

문무대왕릉에서 차로 5분쯤 가면 문무왕을 기리는 감은사지가 있다. 현재는 삼층석탑 두개만 남아 있다. 아들 신문왕은 문무왕이 죽어서도 감은사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절 금당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게 설계했다고 한다.

분황사 뒤편에 있는 석정엔 호국룡 세마리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황룡사지·석정에 서린 전설=용 유적지는 경주 시내에도 많다. 문무대왕릉에서 차로 40분 가면 황룡사지가 있다. 신라 황룡사는 백제 미륵사, 고구려 정릉사와 함께 삼국을 대표하는 호국사찰이었지만,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 없어져 지금은 터와 주춧돌 일부만 남았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진흥왕이 이 자리에 궁궐을 지으려 했는데, 누렇고 커다란 용이 나타나 기이하게 여기고 궁궐이 아닌 절로 고쳐 지었다고 한다.

황룡사의 원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옆에 있는 황룡사역사문화관에 가보자. 문화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9층 목탑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이다. 원래 황룡사 9층 목탑은 선덕여왕 때 전통 건축기법인 주심포 양식으로 지은 80m 규모의 대탑이다. 탑이 9층인 이유는 일본·말갈 등 층마다 상징하는 9개의 외적을 막기 위해서다.

황룡사지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옆에 선덕여왕 때 창건한 분황사가 있다. 분황사 앞에서 주섬주섬 입장료를 내려니 박영철 해설사가 “절 오랜만에 오셨어요? 공짜 된 지 오래예요”라고 일러준다. 2023년 5월부터 전국 65군데 사찰 입장이 무료로 전환됐다.

분황사는 화강암으로 만든 모전석탑이 유명하지만, 실은 그 뒤편에 있는 석정에 용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석정은 겉면은 팔각형, 안쪽은 동그란 돌로 만든 우물이다. ‘호국룡변어정’이라고 불리는 이 우물은 원래 세마리 호국룡이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 당나라 사신이 이 용을 물고기로 변신시켜 잡아가니, 용의 부인이 임금에게 남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이 사신에게 물고기를 빼앗아 다시 우물에 놓아줬다는 설화다.

박 해설사는 “경주는 용과 관련된 설화가 많은 역사 도시”라며 “특히 올해는 많은 분들이 경주를 방문해 용의 기운을 듬뿍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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