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통 다 겪고 응급 제왕절개 최악"…20대 절반은 자연분만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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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출생하는 아이 10명 중 6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년과 2010년대 중반 두 차례나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이상적인 제왕절개 분만율은 10%~15%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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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에서 출생하는 아이 10명 중 6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준의 4배에 달한다. 고령·다태아 임신 외에도 통증에 대한 공포,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제왕절개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산모와 태아, 나아가 가정의 건강을 위해 출산율만큼 출산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4월, 아들을 출산한 김모(여·37)씨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자연(질식)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주변에서 "산통을 다 겪고 응급으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게 최악"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의사가 출산을 컨트롤할 수 있어 안전하다는 생각도 했다"며 "통증도 겁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또래 산모들은 대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다"고 말했다.
과거 제왕절개는 사망했거나 죽어가는 어머니로부터 태아를 꺼내기 위한 기술로 사용했다. '제왕절개=어머니의 죽음'의 의미는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정반대로 전환됐다. 특히 고령 임신이 증가하는 오늘날 제왕절개는 산모와 태아 건강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안전한 분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적으로 1990년대 5%에 불과했던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4년 19%, 2018년은 21%까지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년과 2010년대 중반 두 차례나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이상적인 제왕절개 분만율은 10%~15% 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Health at a Glance 2023)을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1000명당 537.7명으로 터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지난 2017년 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4년 38.7%에서 2018년 47.3%, 2022년에는 61.7%로 급상승했다. 2014년 대비 2022년분만 건수는 43만건에서 26만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지만 제왕절개 건수는 16만건에서 15만건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제왕절개는 더는 고령 임신에 해당하는 30~40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릴수록 제왕절개 분만율이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다. 10대 산모는 2014년 4명 중 1명(23.5%)이 제왕절개를 했지만 2021년에는 3명 중 1명(39.2%)이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같은 기간 20대 제왕절개 분만율은 32.7%에서 52.1%로 20%포인트가량 올라 30대(40.3%→57%)에 육박할 만큼 상승했다. 40대 역시 61.1%에서 70.6%로 상승해 모든 연령대에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WHO와 여러 분만 전문가는 적정 제왕절개 분만율을 15~20% 수준으로 제안하는데, 이는 제왕절개가 산모와 태아·신생아 사망률과 의료비 감소 등 가족 건강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분만 선택과 경험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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