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근길마다 보였다…주가 50% 뛴 디앤씨미디어 가보니[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최원영 대표 새해 첫 인터뷰
“나 혼자만 레벨업 전세계 동시 방영
게임·굿즈 사업 확장…사우디도 공략
올해 두 자릿 수 매출 성장 노력할 것”
반년 만에 주가 상승률 50% 달해
"OSMU 흥행 기대…중단기 투자 매력”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5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웹툰 조회 수 143억뷰(카카오 플랫폼 기준)를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이 애니메이션으로 전세계 동시 방영됩니다. IP(지식재산권) 확장을 통해 매출과 인지도에서 레벨업 하는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
최원영 디앤씨미디어 대표(55세)는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디앤씨미디어는 웹소설·웹툰 강자로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등 킬러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회사다. 7일 ‘나혼렙’ 애니메이션 시즌1이 일본·한국·미국·프랑스·대만·베트남 등서 동시 방영돼 올해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즌2도 연내 방영 예정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전세계 동시 방영
‘나혼렙’은 지난달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때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공개를 앞둔 ‘나혼렙’ 사례를 언급하며 슈퍼 I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조 원장은 “웹소설도 재밌었지만, 웹툰은 더 재미 있으니까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된다”며 ‘나혼렙’을 IP 확장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2차 저작물(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상품 등)을 제작하는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Multi Use·OSMU)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디앤씨미디어는 2002년 설립 이래 장르 소설, 웹소설, 웹툰 등을 기획·제작해 국내와 해외에 서비스하고 있는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회사명 디앤씨미디어(D&C Meida)는 디지털(Digital)과 콘텐츠(Contents)의 앞글자를 따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텐츠 제작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쟁력 있는 IP를 활용해 영상, 게임, 캐릭터 등의 OSMU를 확대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K콘텐츠 대표 주자를 꿈꾸고 있다.
스낵컬처 확산으로 웹소설·웹툰 이용자가 느는 것도 호재다. 스낵컬처(Snack Culture)란 스낵을 먹듯이 짧은 시간에 쉽게 즐기는 문화 트렌드다. 웹소설·웹툰은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고, 편당 5~10분 정도 분량이라 지하철 출퇴근길 많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본사는 서울특별시 구로동 222-31 지플러스타워에 있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2017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지난달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앤씨웹툰비즈와 합병했다. 지난해 4월 21일 취임한 최 대표는 국내 만화출판의 원조인 서울문화사 최연소 여성 임원(43세 이사) 출신이며 35년 경력으로 다수의 만화잡지 창간과 만화 사업 경험이 있다. 대표 기획작으로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있다.
최원영 대표 “올해 해외 공략 강화” … 넷마블 게임 출시 모멘텀도
최 대표는 “인기 작품인 ‘나혼렙’의 경우 일본 최고 애니메이션 기획사 애니플렉스와 손잡고 시즌2까지 방영 확정됐다”며 “지난해 3분기 40%였던 수출 비중이 올해 50%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넷마블에서 액션 RPG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가 출시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디앤씨미디어는 ‘나혼렙’ 게임 매출의 일정 비율을 원작 수수료(러닝 개런티) 형태로 받게 된다. ‘나혼렙’은 국내에서 18~34세 남성에게 인기가 많은데, 최근 40~50대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어 게임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돈을 벌까. 김현효 상무는 “통상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를 통해 기획사 및 제작사가 지분 50% 가량을 갖고 그 밑에 원작사, 방송사, 플랫폼 회사, OST 회사, 굿즈 판매사 등이 지분을 쪼개 갖는다”고 했다. ‘나혼렙’의 경우, 디앤씨미디어가 원작 사용료를 받게 되고, 향후 수익이 날 경우 지분 비율대로 성과를 나누는 것이다. 디앤씨미디어의 투자 비율은 영업 비밀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최 대표는 “‘나혼렙’ 애니메이션 시즌1이 1~3월 13화로 공개된다”며 “유료 연재 매출이 1분기에 크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종합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에서 단행본 22만부 재판 주문이 들어왔다”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3개월이면 완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재 500만부(글로벌 누적) 판매량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매년 2개 이상 작품 애니메이션화 … 굿즈 사업도 힘줄 것”
최 대표는 “매년 2개 이상의 작품을 애니메이션화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굿즈(기획 상품) 사업에도 힘을 주겠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경우, 티셔츠·포스터·열쇠고리 등 다양한 상품으로 팬들을 만나는데 마진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굿즈 상품은 나라 성향에 따라 다른데 일본은 소품을 많이 하고, 미국은 의류에 집중되어 있다. ‘나혼렙’도 스마트폰 케이스, 아크릴 스탠드, 인형 등 일본과 북미 수출을 가속화한다. 2030 세대를 겨냥한 굿즈 상품은 디앤씨웹툰스토어가 담당하는데 현재 110개 종류가 있다.
주력 매출처인 웹소설과 웹툰도 양적, 질적 성장을 노린다. 최 대표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된 신작으로 독자들을 만나겠다”며 “유명 작가들과 논의 중인 작품이 많아 원천 IP 확보도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잘 만든 IP는 10년, 20년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다”며 “본업에서 두 자릿 수 매출 성장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나혼렙’ 애니메이션과 게임 흥행 시 퀀텀 점프도 기대할 수 있다.
최 대표는 “고성장이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진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14개 언어로 67개 작품이 해외에 진출했는데 미래 먹거리를 꾸준히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해외 매출을 보면 2019년 46억원에서 2022년 215억원까지 367% 급증했다. 이같은 노력에 한경 인터뷰(6월30일 1만6350원) 후 주가(5일 종가 2만4750원)는 반년 만에 51.38% 뛰었다. 신한증권은 올해 매출 864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인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총 주식 수는 1248만7434주로 최대주주는 신현호 회장과 배우자 이미자 씨가 지분 45.41%를 갖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분 22.7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자사주는 0.75%, 외국인 지분은 0.43%로 유통 물량은 30%를 조금 넘는다.
현금성 자산 500억원 … 무차입 경영 지향
김현효 상무(CFO)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정도다”며 “창업주인 신 회장의 뜻에 따라 무차입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채비율은 24.91%에 그친다. 부동산 자산은 파주에 물류센터가 있는데 취득가 기준 20억원이다. 국내 웹소설·웹툰 유료 시장이 정체된 건 부담이다. 다만 굿즈 사업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 대표 IP ‘나혼렙’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만큼, OSMU 흥행을 기대한다”고 예측했다. 다만 “차기 킬러 콘텐츠가 아직 부족해 보인다”며 “장기적인 투자보다 중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조언했다.
‘제2의 기안84’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해 웹툰 제작 과정을 살폈다. 기획(작품 선정)-각색-캐릭터 시트(캐릭터 이름 등 설정)-콘티(장면 구성 그림)-선화(작화)-채색-배경-대사-편집-변환(웹 전송)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을 PD 시스템(일본식)과 스튜디오 시스템(영미식)으로 구분한다.
먼저 PD 시스템은 작가와 PD가 1대1로 매칭되는 것으로 제작사는 배타적 발행권, 즉 2차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확보한다. 흥행 실패 시 손실 리스크가 최소화되지만 계약 정산율에 따른 수익 배분으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는 낮다. 스튜디오 시스템은 회사 측에서 원천 IP 확보가 가능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편집자 등 다양한 직원들을 팀으로 꾸려야 하기에 흥행 실패 시 고정비 부담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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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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