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간 고우석, 메이저리거 꿈 이루다[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4. 1.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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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고우석(25)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마감시한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4일(이하 한국시간) "오른손 구원투수 고우석과 2년 계약했다"고 밝혔다. KBO리그 선수 중 7번째이자, 불펜투수 최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2023시즌 부진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고우석. 천당과 지옥을 오간 시즌을 보낸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기에 대해 알아본다.

고우석. ⓒ샌디에이고 공식 SNS

2022시즌 42세이브 구원왕, KBO리그 최고 마무리로 우뚝 선 고우석

2017시즌 KBO리그 무대 데뷔와 함께 시속 150km 패스트볼을 뿌리던 고우석은 2019시즌 정찬헌의 부상을 틈타 LG 트윈스의 마무리투수로 도약한다. 2019시즌 그의 기록은 8승2패 3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64. 마무리투수 변신 첫해 단숨에 경쟁력을 갖춘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고우석은 2020시즌 초반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부상 복귀 후에도 예년의 구위를 쉽게 보여주지 못했다. 2020시즌 성적은 4패 1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10. 2019시즌과 비교해 세이브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고우석은 이후 2021시즌 초반 다시 세이브를 안정적으로 쌓아올렸지만 후반기를 앞두고 펼쳐진 도쿄올림픽 일본전에서 무너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0시즌 최종 성적은 1승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07로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2019시즌의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절치부심한 고우석은 2022시즌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전매특허인 패스트볼 외에도 날카로워진 고속 슬라이더, 뚝 떨어지는 커브를 통해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4년차 마무리투수로서 쌓아올린 경험도 승부처마다 빛났다.

고우석은 결국 2022시즌 4승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역대 최연소 40세이브와 함께 구원왕을 차지했다.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우뚝 선 셈이다.

고우석은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한국 대표팀 마무리투수로 낙점받았다. 2022시즌 맹활약으로 고우석에 대한 해외 스카우터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을 때였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얻은 고우석이었다.

WBC서 통한의 부상, 정규리그 8패…한국시리즈 부진까지

WBC 대회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고우석은 연습경기 도중 목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정작 본 대회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전 세계 야구인들이 집중할 최고 무대에서 공 하나 던지지 못한 것이다.

고우석. ⓒ스포츠코리아

고우석은 2023시즌 정규리그에 돌입해서도 어깨와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예년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2022시즌 고우석의 최고 구종이었던 고속 슬라이더는 2023시즌 고우석의 약점으로 바뀌었다. 떨어지는 낙폭이 줄면서 상대 타자들은 고우석의 패스트볼과 함께 공략할 수 있는 구종으로 전락했기 때문.

▶2022시즌과 2023시즌 고우석의 슬라이더 피안타율, 피OPS(피장타율+피출루율), 구사율(스탯티즈 기준)

2022시즌 피안타율 0.145 피OPS 0.355 구사율 30.6%
2023시즌 피안타율 0.313 피OPS 0.827 구사율 26.2%

그럼에도 고우석은 고속 슬라이더를 고집하며 난타를 허용했다. 2023시즌 정규리그에서 15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는 동안 8패나 내줬다. 평균자책점도 3.68로 2022시즌보다 한참 치솟았다.

고우석의 부진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등판해 1실점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안더니, 한국시리즈 3차전 5-4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1이닝 동안 3실점을 기록했다. LG는 고우석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으나 그의 경기력은 너무나도 불안한 모습을 보낸 시즌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고우석은 2022시즌의 영광을 뒤로 하고 2023시즌 빠르게 추락했다.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서의 지위도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우석은 2023시즌을 마친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부진의 끝에서 메이저리거를 꿈꾼 고우석

LG는 고우석의 빅리그 도전에 대해 조건부 허락을 했다. 헐값에 고우석을 넘기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고우석으로서는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 생존 가능한 계약 조건을 이끌어내야 미국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고우석. ⓒ스포츠코리아

이는 고우석에게 매우 쉽지 않은 과제였다. 2022시즌을 마쳤을 때와 달리, '커리어 로우' 시즌을 마무리하고 나선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2023시즌을 부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부진으로 설득시키고 2022시즌까지 이어진 성장세를 각인시켜야만 했다.

성적과 별개로 구위에 대한 확신도 심어줘야 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특별했던 고우석의 패스트볼 구속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최근 3년간 고우석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53.1km, 메이저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52.4km다. 디셉션(공을 숨기는 동작)과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에서도 약점을 갖고 있는 고우석에게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무기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여기에 협상 시간도 너무 짧았다. 포스팅 협상기간은 30일에 불과했다. 당초 2023시즌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도전을 구체화하지 않았던 고우석이 많은 빅리그 팀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협상시간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고우석을 향한 러브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우석,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다

협상기간 마감 이틀을 남기고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에게 손을 뻗은 것. 고우석으로서는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물론 다음 관문인 구단의 허락이 필요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로부터 2년간 보장금액 450만달러에 오퍼를 받았고 이는 LG의 예상액에 못 미치는 규모였다.

고우석. ⓒ스포츠코리아

이런 상황에서 고우석은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피력했다. LG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을 허락했다. 고우석은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뒤 계약을 마무리했다. 협상기간 마감을 앞에 두고 이뤄낸 꿈같은 빅리그행이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고우석. 누구도 예상치 못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해 놀라움을 안겼다. 협상기간 막판까지 몰렸지만 기적처럼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며 해피엔딩을 이뤄낸 고우석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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