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얼굴 가격 당한' 이강인 퇴장, 아시안컵 출전 가능…본선에서도 중동 팀 '신경전' '억울한 판정' 조심해야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이 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신경전까진 그럴 수 있지만 얼굴을 맞았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향후에도 중동 팀들은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에 뛰고 있고 차세대 에이스에게 집요한 견제를 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한국시간) 이강인 퇴장 관련한 사안을 알렸다. 협회에 따르면, 이강인은 후반 24분 첫 번째 경고를 받았고 41분 두 번째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다. 퇴장과 관련된 징계는 없어 아시안컵 출전으로 연계되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6일 아랍에리미트(UAE) 아부다비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렀다. 이들은 오는 12일부터 개최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향한 최종 리허설로 본선 진출 팀 이라크를 선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홈 팬들 앞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축하하는 3월 A매치 평가전 두 경기를 제외하고 6월부터 아시안컵 대비 스쿼드를 꾸렸다. 유럽에 이적한 어린 선수를 종종 발탁하긴 했지만 팀 전체 구조에선 변화가 없었다.
최종 명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6월부터 다졌던 스쿼드에 김지수(브렌트포드), 김주성(FC서울), 양현준(셀틱FC) 등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불법 촬영 혐의로 국가대표에서 잠정적으로 제외된 황의조 공백을 K리그 2시즌 연속 득점왕 주민규(울산HD)로 메울 거란 전망이 있었지만 9번 스트라이커를 한 명 더 뽑는 대신 그동안 스쿼드 풀 안에서 가동됐던 선수를 발탁했다.
한국 대표팀은 1월 2일 국내파와 해외파가 아랍에리미트 아부다비에 모여 아시안컵 대비 전지 훈련을 했다. 이강인은 프랑스 슈퍼컵이 끝나고 합류해 5일에 완전체가 됐다. 유럽에서 뛴 선수들이 시즌을 치르고 혹은 겨울 휴식기 이후 팀에 합류했지만 이라크전에서 플랜A를 가동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플랜A 대신 플랜B를 가동했다. 핵심 선수군인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조규성, 이강인을 벤치에 앉힌 뒤 오현규, 정우영, 김영권 등으로 선발진을 꾸렸다. 64년 만에 우승을 바라보고 있기에 토너먼트에서 변수를 감안한다면 플랜B 점검도 납득할 수 있었다.
플랜B 조합은 오랜 시간 발을 맞추지 않아 완벽하진 않았다. 초반부터 이라크에 실점을 허용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 김승규 골키퍼의 동물적인 선방이 아니었다면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3분 만에 골망을 허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섰기에 시간이 흐르고 점점 경기를 지배했다. 탐색전이 끝난 이후 정우영, 설영우 등 측면 자원들이 이라크를 흔들었다. 정우영이 머리로 방향을 돌려 이라크 골망을 조준했는데 골키퍼 정면이었다.
오현규는 전방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러던 전반 29분 골네트를 흔들며 A매치 데뷔골을 맛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주심은 오현규 슈팅 이전에 파울을 선언하면서 골을 취소했다. 딱히 이상할 게 없었던 장면이지만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없는 공식전이었기에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오현규가 이라크 수비 뒤로 빠져 들어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린 건 인상적이었지만, 경기를 지배했도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답답한 공격 패턴을 이어가던 순간, 베테랑 미드필더 이재성의 왼발이 빛났다. 공격을 이어가던 전반 40분 매서운 무회전 슈팅으로 골망을 뒤흔들며 한국에 선취골을 안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전에 플랜A를 가동했다. 벤치에 대기하고 있던 손흥민, 조규성,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이 트레이닝복을 벗고 필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전방과 후방이 탄탄해진 한국은 더 매섭게 이라크를 흔들며 골망을 조준했다.
물론 이라크도 볼을 잡으면 빠르게 치고 나가 카운터 어택을 시도했다.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잡고 이라크를 압박했기에 허용된 배후 공간을 타격하려는 노림수였다. 한국 허리에 빈 공간이 생기면 주저 없이 스루패스를 넣었고 최대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마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 벽에 막혀 효과적인 공격을 하진 못했다.
손흥민은 프리롤로 뛰며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특유의 바디 페인팅을 섞어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볼을 배달했다. 후반 20분 경 손흥민이 박스 안까지 파고 들어 라인 끝으로 빠지려던 볼을 낚아챘다. 이후 각도가 나와 슈팅을 시도했는데 골키퍼 손에 걸려 넘어졌다.
골키퍼 파울이 인정된다면 페널티킥(PK)를 얻을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이번에도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석연찮은 판정이 선언됐던 셈이다.
분위기는 한국 쪽에 쏠렸다. 한국이 순간 집중력을 잃어 이라크에 역습을 허용했지만 재빨리 수비 대형을 갖춰 슈팅 길목을 차단했다. 전반에 비해 더 주도권을 잡은 한국이 추가골을 넣는다면 깔끔하게 끝나는 경기였다.
후반 40분, 한국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는 볼을 잡으려 달려갔고 이라크 수비가 달라붙었다. 이라크 수비는 몸을 둘러싸 이강인을 막았는데 이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흥분한 이라크 수비는 팔로 이강인 얼굴을 가격하며 분노했다. 이강인도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고 대응하며 몸 싸움이 됐다.
부심이 바로 앞에서 본 상황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심은 두 선수에게 옐로 카드를 줬고 이강인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한국은 수적 열세로 후반 추가 시간까지 경기했고 1골 리드를 끝까지 지켜 7경기 연속 무실점(6연승) 1-0 승리로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를 끝냈다.
아시안컵 본선엔 비디오판독시스템(VAR)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용됐던 반자동 오프사이드까지 활용된다. 월드컵과 같은 환경에 더 정교한 판정이 일어날 수 있지만 중동 팀 변수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석연찮은 판정에 감정이 흔들리고, 예상치 못한 경고 누적 혹은 퇴장으로 번진다면 64년 만에 우승 레이스에 큰 차질이 생긴다. 이라크전 판정과 퇴장은 이강인에게도 한국 대표팀에게도 예방 주사가 됐으면 한다.
▶ 한국 대표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관련 일정
- 1월 2일 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출국 및 해외파 합류
- 1월 5일 이강인 파리 생제르맹 슈퍼컵 이후 합류
- 1월 6일 이라크와 공식 평가전
- 1월 10일 카타르 입성
▶ 한국 대표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일정
- 1월 15일: 대한민국 vs 바레인
- 1월 16일: 대한민국 vs 요르단
- 1월 25일: 대한민국 vs 말레이시아
▶ 클린스만 부임 후 대표팀 성적 일지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3월 24일, 2-2 무승부)
대한민국 vs 우루과이 (3월 28일, 1-2 패배)
대한민국 vs 페루 (6월 16일, 0-1 패배)
대한민국 vs 엘 살바도르 (6월 20일, 1-1 무승부)
대한민국 vs 웨일즈 (9월 7일, 0-0 무승부)
대한민국 vs 사우디아라비아 (9월 12일, 1-0 승)
대한민국 vs 튀니지 (10월 13일, 4-0 승)
대한민국 vs 베트남 (10월 17일, 6-0 승)
대한민국 vs 싱가포르 (11월 16일, 5-0 승)
대한민국 vs 중국 (11월 21일, 3-0 승)
대한민국 vs 이라크(1월 6일, 1-0 승)
▶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최종 명단(26인)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 조현우(울산HD), 송범근(쇼난벨마레)
수비수: 김영권, 정승현, 설영우, 김태환(이상 울산HD), 이기제(수원삼성), 김진수(전북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주성(FC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미드필더: 문선민, 박진섭(이상 전북현대), 박용우(알아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홍현석(헨트), 이순민(광주FC),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희찬(울버햄튼), 양현준(셀틱FC)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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