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게 해야죠" 공만 잡으면 눈빛 달라지더니…기계판정 이렇게 이용한다고?

신원철 기자 2024. 1. 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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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주 ⓒ곽혜미 기자
▲ 함덕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2024년 KBO리그는 메이저리그보다 더 혁신적인 프로야구 리그가 된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볼 스트라이크 기계판정, ABS를 KBO리그 정규시즌에 볼 수 있다. KBO는 신년사에서 피치클락 도입은 신중하게 하겠다면서도 ABS 도입은 확실하게 못박았다.

타자들은 타자들대로, 투수들은 또 투수들대로 나름의 걱정이 있다. LG 왼손투수 함덕주는 '비겁해지겠다'고 선언했다. 평소에는 늘 평온한 얼굴을 하다가도 마운드에서 공만 잡으면 눈빛이 달라지는 함덕주는 왜 비겁해지겠다고 했을까.

▲ 함덕주 ⓒ 신원철 기자

함덕주는 지금까지 야구 선수들, 그리고 관중들이 인식하고 있던 '기존의 스트라이크존'과 다른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를 예상하고 있다.

야구 규칙에 있는 스트라이크존은 홈플레이트 위에 떠있는 일종의 가상 오각기둥이다. 그런데 투수 시선에서는 공중에 떠있는 사각형으로 느껴질 수 있다. TV로 야구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KBO가 추진하는 ABS 존이 확실히 공표된 것은 아니나 메이저리그에서 시험 도입했을 때는 이 가상의 오각기둥에 들어간 공과 우리가 생각하는 스트라이크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 보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나오고 있고, 이런 과정을 밟고 있는 탓에 아직 미국에서는 ABS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

함덕주는 우려하면서도 적응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일단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겠다. 일단 직구는 어느정도 비슷하게 찍힐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모든 투수들은 변화구 궤적이 다 다르니까 그걸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 그점을 더 잘 이용하려고 들 것 같다. 높은 공을 잘 잡아준다면 더 많이 던질 것 같기도 하고, 낮게 떨어지는 공에 스트라이크를 준다면 비겁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니까. 캠프 때 훈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더 많이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만약에 잡아준다면 약간 어쩔 수 없이, 비겁하지만 그렇게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마침 함덕주는 ABS 시험 운영 기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함덕주는 '비겁한' 투수가 돼 보기로 했다. 그는 "딱 1경기 해본 것 같다. 그때도 직구는 내가 스트라이크 같다고 생각했는데 볼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오히려 변화구가 숏바운드처럼 들어가는데 스트라이크 콜을 받기도 했다. 그런 점을 많이, 조금 비겁하게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 함덕주 ⓒ 신원철 기자

▶ 함덕주와 새해 인터뷰 일문일답

- LG에 남게 됐고, 계약 전에도 LG 잔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LG 잔류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고, LG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다. 그래서 신혼여행 다녀와서 빠르게 계약했다. 갔다 와서 거의 이틀 만에 바로 (계약)했으니까. 신혼여행 기간에는 계약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다녀온 뒤에 통화하고 바로 계약했다."

- 인센티브 비중이 크다. 작년 같이 던지면 다 받을 수 있다고도 하던데.

"작년에 워낙 성적이 좋아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성적에 대한 보다 건강하게 1군에서 던지기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LG 불펜이 강해서 무리하게 던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나.

"전혀 없었다. 다른 것보다 나에 대한 생각만 했다. 여기가 가장 좋았다. 인센티브는 나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나도 부상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FA했다고 안일하게 하지 않고 더 잘 준비하고 새 시즌 치를 것 같아서 더 좋게 생각하면서 계약했다."

- 마무리를 유영찬에게 맡긴다고 했을 때 섭섭하지 않았나.

"서운하지 않았다. 보직은 감독님이 정할 일이고 내가 서운해한다고 바뀔 것 같으면 말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감독님 보시기에 영찬이가 적합해 보이니까 그렇게 하신 거니까 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을 하면서 하다 보면 또 좋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함덕주 ⓒ곽혜미 기자

- 트레이드 후 처음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

"부상이 없었던 시즌에 준비를 잘못했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과하게 하면 과하게 했지 덜한 적은 없었다. 그냥 그 전에 많이 던지기도 했고, 뼛조각을 안고 있으면서도 쉬면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수술을 안하고 버텼는데 그 시기(수술해야 하는가 맞물렸던 것 같다. 그걸 안고 있던 게 가장 후회된다. 깔끔하게 수술했으면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것 말고는 아쉬운 점 없다."

"부상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프로야구에서 10년 넘게 뛰었는데 FA 일수를 채웠다는 것만 봐도, 부상으로 2년을 쉬었는데도 그렇다는 것은 전에는 부상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최근 2년을 쉰 점이 너무 아쉽지 내가 부상 리스크를 늘 안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작년에는 전보다 페이스를 늦춰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올해도 같은 방법인가.

"처음 왔을 때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었다. 트레이드로 왔을 때(2021년)는 시범경기 기간에 와서 조금씩 페이스를 올렸다. LG에서 처음 스프링캠프에 갔을 때(2022년)는 수술도 했고 잘 던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해서 무리를 했다. 작년에는 내가 불안할 정도로 페이스를 천천히 올렸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올해도 시즌에 맞춰서 준비해 볼 생각이다."

- 한국시리즈에서는 5차전에서 가장 공이 좋았던 것 같다.

"3차전에서 못 던져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5차전에 더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요한 상황에 감독님이 믿고 맡겨주셨기 때문에 내가 계속 던지고 싶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더 세게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 LG 차명석 단장(왼쪽)과 함덕주 ⓒ LG 트윈스
▲ 함덕주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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