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건설협회장 "태영 대금지급 늦어지면 협력업체 어려워져"

권혜진 2024. 1. 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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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수 회장 "협회 차원서 충격 최소화 노력"
"전문건설사 시공하면 하자 생기나"…서울시 '원청 시공 의무화' 비판
전문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은 7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하도급 업체와 관련, "기성(건설 진행에 따른 대금)을 받아 그때그때 자잿값과 인건비, 기타 경비로 쓰는데, 지급이 늦어지면 많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협력업체 대부분은 돈 쌓아두고 일하는 곳들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특정 전문분야 공사를 수행하는 '전문건설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5만여 사업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종합건설사의 공사 일부를 하청받아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회원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통상 건설공사의 70% 이상 공정이 전문건설사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가 450여개로, 이들 기업이 850개 현장에서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아직 회원사를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정확히는 모르나 피해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며 "협회가 직접 나서 정부 및 금융당국, 채권단 등과 얘기해 회원사들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대해 "태영건설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태영 측이 극구 부인한 데다, 협회가 먼저 나섰다가는 불안을 키울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태영건설발(發) 위기 확산에 우려를 표하며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일감이 줄어 회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건설 일감이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라며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들은 해외 사업도 수주하지만 우리 회원사들은 대부분 국내 물량에 의존하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잿값과 인건비가 고공행진하는 것도 회원사들을 어렵게 하고 요인이라고 윤 회장은 전했다.

그는 "건설경기 부진으로 안그래도 어려운데 태영건설까지 이렇게 됐으니 규모가 작은 저희 회원사들의 사정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촬영 권혜진]

경기 부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까지 발생하면서 건설사처럼 전문건설업체도 도미노처럼 쓰러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3천200여곳의 건설사가 폐업했다.

다만 윤 회장은 공공 물량과 관련,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를 발표하고, 대통령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OC 사업 중 회원사에 도움이 될 시공 부문은 많지 않고,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과정이 대폭 축소된다고 해도 시장에 영향이 나타나려면 4∼5년은 걸린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윤 회장은 지난해 철근누락 사태 이후 서울시가 부실공사 근절 대책으로 철근·콘크리트 등 구조안전과 관련된 핵심 공종에 원도급자 100% 직접 시공을 의무화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종합건설사가 시공하면 하자가 안생기고, 전문건설사가 하면 하자가 생긴다는 생각 자체가 말도 안된다"면서 "종합건설업체는 관리 위주로만 해서 직접 시공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다. 전문건설업체야말로 경험과 시공 기술, 인력과 장비를 갖춘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부실공사 근절은 원도급자 직접 시공이 아닌, 업종별 전문화를 더 장려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하도급·재하도급은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해야 하나, 정상적인 하도급은 더 장려해야 시공기술력이 확보돼 품질과 안전이 보장된다"며 "오히려 실공사비 하락과 원도급자 갑질이 품질과 안전을 저해하는 만큼 하도급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태영건설이 협력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상당 부분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로 지급하면서 일방적으로 만기를 60일에서 90일로 연장한 것도 하도급 업체들이 겪는 갑질 사례에 속한다.

외담대 상환기간이 30일 연장되면서 협력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과 자재, 장비업체 대금 등을 자체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협회 측은 "외담대 상환기일 일방적 연장은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어 면밀하게 분석한 뒤 대응할 예정"이라며 "법률 지원 등을 통해 회원사를 돕겠다"고 밝혔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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