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30m 움직인 차량…항소심서 음주운전 무죄→유죄

김근주 2024. 1. 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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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탄 차량이 30m가량 움직였는데 1심에선 음주운전 무죄가, 항소심에선 유죄가 선고됐다.

당일 대리기사가 차를 몰아 아파트 주차장에 정차하고 떠난 후 A씨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그로부터 40분가량 차량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점, 이후 차량이 후진하기 시작했는데 A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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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재판부, 변속기 레버 작동 방식에 주목
음주 단속 나선 경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탄 차량이 30m가량 움직였는데 1심에선 음주운전 무죄가, 항소심에선 유죄가 선고됐다.

판결이 달라진 이유가 뭘까.

7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밤 울산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1대가 인도까지 올라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관이 출동해 운전자인 50대 A씨 음주 여부를 측정했더니 면허취소 기준(0.08% 이상)을 훌쩍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18%로 나왔다.

수사기관은 A씨가 술을 마신 채 아파트 주차장에서 30m가량 차를 몰아 후진한 것으로 보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차량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는데,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일 대리기사가 차를 몰아 아파트 주차장에 정차하고 떠난 후 A씨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그로부터 40분가량 차량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점, 이후 차량이 후진하기 시작했는데 A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A씨는 차량이 후진해 인도에 걸친 상태에서도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그대로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A씨가 처음부터 운전할 의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봤다.

쉽게 말해, A씨가 운전석에 있다가 의도치 않게 변속기 레버를 후진 쪽으로 당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에어컨을 조작하려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를 건드렸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방법원 [연합뉴스TV 제공]

항소심 재판부(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는 그러나 해당 차량 변속기 레버 구조상 A씨가 의도적으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변속기 레버는 주차 즉, 'P'에서 후진 'R'로 직선 형태로 한 번에 움직여지지 않는 '⊃'자 형태 동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P'에서 'R'로 레버가 움직이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조작해야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시간 정차, 인도 위 정차 등 다소 비정상적인 운행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음주 영향으로 분별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이지 운전할 의도가 없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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