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헬기 이송’에 전국 의사들이 성난 진짜 이유
"필수의료 의사 아니라 헬기 늘려야 한다는 얘기 나온다"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의 여진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의 큰 줄기는 두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는 이재명 대표를 피습 사건 발생지인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하는 과정이 정당했냐는 것과, 둘째는 그간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여온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생겼다는 점이다.
부산시의사회는 물론 대한응급의학회, 서울시의사회 등도 줄줄이 성명서를 내며 "이 대표가 헬기까지 타고 서울대병원에 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는 피습으로 목 뒷근육에 1.4㎝의 칼에 찔린 자상을 입고, 목 속에 있는 내경정맥에 60% 손상을 입었다.
이 대표가 습격을 당한 시간은 오전 10시27분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는 20여분 뒤 도착해 이 대표를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예상과는 달리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않았다.
이 대표는 헬기를 타고 서울 동작구 노들섬에 내린 뒤 또 구급차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건 발생 약 5시간 만에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1시간 40분에 걸쳐 혈관의 9㎜를 꿰매는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치료 절차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말 응급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게 맞고 응급하지 않았다고 하면 굳이 서울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며 "서울대병원에 헬기 기착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료계 내부에선 '참 우습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들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인이었으면 그런 식의 대형 대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는데 환자가 굳이 더 큰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면 119를 불러서 의료기관에 보내지 않고 개인 차편이나 사설 응급차를 부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라서가 아니라 여당 대표가 그렇게 했어도 지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그간 지역의료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10월 '공공·지역 의료 TF(태스크포스)'를 만든 데 이어 최근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도 해 이 같은 논란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한 대학병원의 관계자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외상센터인 데다 혈관 수술을 잘하는 의사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단순하게 '많이 다친 것 같으니 서울로 가자' 이런 생각 아니었겠나 싶다"면서 "서울대병원에서는 난도가 높은 수술이라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부산대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진행했다고 했는데 권역외상센터에서 수술방이나 병실이 없어서 전원 요청을 하긴 해도 이 정도 수술을 못해서 보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수술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술이라는 걸 모든 의료진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지금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늘릴 게 아니라 헬기를 늘려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 대학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한 교수는 "이 대표의 서울행은 지역의료 붕괴에 불을 붙인 처사"라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지역의료를 살리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00번 양보해서 본인이 가고 싶은 병원이 따로 있었다고 해도 헬기를 타고서까지 이동하는 건 아무리 당 대표라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도 "현재 소방구급헬기나 복지부가 운영하고 있는 닥터헬기 운영 규정엔 국가 의전서열을 고려하는 항목은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비판에 민주당은 여전히 "불필요한 논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히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 눌러앉아서 치료를 받았다면 정말 더 비상 응급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방해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부산대가 좋으냐, 서울대가 좋으냐 이런 논쟁은 너무 좀 한가한 논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한 지방 대학병원의 교수는 "서울에는 비상 응급 환자가 없다는 것인지, 정말 비상 응급 환자가 걱정됐다면 그 비상 응급 환자가 타야 할 헬기는 왜 타고 올라간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벌써 환자들이 '나도 이재명 대표처럼 서울 가게 헬기 불러달라'고 우겨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박명하 회장은 "이 대표도 수술하고 안정을 취하는 중인데 이런 논란이 적절하냐는 말도 있긴 하지만 상대가 그 누구라도 우린 이런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반하는 구급차나 헬기 이송은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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