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오자 노 젓는 코인 거래소… 상장 급증에 ‘잡코인’ 위험 경보도

진상훈 기자 2024. 1.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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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코인 상장 늘어…12월에 급증
수수료 포기하고 점유율 회복 위해 상장 늘려
신규 코인, 초반 급등하기도…손실 위험도 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국내 거래소들이 코인 신규 상장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코인들은 기능이나 가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0일 업비트가 BTC(비트코인)마켓에 상장한 토트넘 홋스퍼 팬토큰. /칠리즈 제공

지난해 하반기 국내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규 상장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침체됐던 시장에 온기가 돌자, 각 거래소들이 투자자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장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상장되는 코인은 초반에 가격이 오른 뒤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낯선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늘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 지난해 하반기 코인 신규 상장, 전년比 5배 증가

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코팍스 등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가 새로 상장한 코인은 총 150여건(거래소 간 중복 포함)에 이른다. 이는 91건의 코인이 상장됐던 올 상반기와 비교해 6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2년 하반기에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 등으로 인해 코인 신규 상장이 고작 32건에 그쳤다. 1년 만에 상장 건수가 5배 넘는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는 하반기에 12건의 코인을 상장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 달간 크레딧코인과 아스타 등 4건에 대한 거래 지원을 시작하는 등 최근 들어 신규 상장 건수를 늘리는 추세다.

2위 거래소인 빗썸도 하반기에만 50여건의 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지난 2022년 말 유통량 허위 공시 문제로 상장 폐지 처분을 받았던 위믹스 코인도 제재가 풀린 지난달부터 거래 지원을 재개했다.

코인원은 엔에프프롬프트(NFP)를 포함, 원화마켓 거래소 중 가장 많은 60건의 코인을 신규 상장했다. 코인원은 특히 하반기 들어 11월까지 매달 10건 이상의 상장건수를 기록했다. 코인원과 3위를 두고 경쟁 중인 코빗도 지난 한 달에만 10여종의 코인을 상장했다.

◇ 수수료 포기한 거래소들, 점유율 위해 상장 매달려

거래소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인 신규 상장을 크게 늘린 것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 기대감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의 주간 거래량은 약 240억달러(약 32조원)로 9월 대비 8배 수준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해 6월 말 4000만원대 초반에서 최근 6000만원을 넘어서며 반년 만에 50%의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알트코인의 상승 폭은 훨씬 컸다. 이른바 ‘이더리움의 라이벌’로 불리며 대표적인 알트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솔라나의 경우 가격이 지난해 10월 말 5만원에서 올 초 15만원으로 2개월 만에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최근 잇따른 수수료 폐지 결정도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을 늘린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초 빗썸을 시작으로 코빗과 고팍스 등이 잇따라 수수료를 없앴다. 1위 플랫폼인 업비트로 투자자들이 쏠리자, 줄어든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수수료를 없애는 강수를 둔 것이다. 여기에 상장 확대를 통해 거래가 가능한 코인의 수를 늘려 플랫폼의 덩치를 키운 뒤 수수료를 다시 붙이거나,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것이 거래소들의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 “2021년 알트코인 광풍, 손실도 급증”… ‘잡코인 주의보’ 솔솔

신규 상장이 늘어남에 따라, 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코인에 들어갔다가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아직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이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상장을 미끼로 한 부정행위도 자주 발행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상자산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10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코인원 거래소 직원 A씨가 지난해 4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새로 상장되는 코인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일 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만, 반대로 변동성이 심해 손실 위험도 크다. 코인 시장이 한창 뜨거웠던 2021년에도 코인 상장이 급증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당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이듬해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폭락했다.

지난 2021년 업비트 등에 상장된 폴리곤과 솔라나, 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등은 그해 많게는 10배 넘는 수준까지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시장이 침체되자 큰 폭으로 하락하며 다시 상장 초반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결정과 함께 채굴량이 줄어드는 반감기 이슈까지 있어 올 상반기까지는 신규 상장이 활발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달리 시총 규모가 작은 이른바 ‘잡코인’들은 시세 조종의 위험이 크다”면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알트코인에 투자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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