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불신… 韓 상장 중국 기업 11곳 중 9곳 주가 ‘뚝’
중국 경기 부진에 실적 악화
올해는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신뢰도 저하가 투자심리 방해
한국 증시에 상장한 대다수 중국 기업의 주가가 1년 새 폭락했다. 지난해 중국 경기 부진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데다 이들 기업에 대한 불신도 누적된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중국 기업 실적은 작년보다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국내 상장사의 경우 ‘차이나 디스카운트’(국내 상장 중국 기업의 저평가)가 여전해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7일 조선비즈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 11곳의 현 주가(1월 5일 종가 기준)를 2023년 1월 2일 주가와 비교했다. 그 결과 11개 기업 중 9곳의 주가가 1년 전보다 추락했다. 낙폭은 평균 38.60%에 달했다. 코스닥 지수가 지난 1년간 29.30% 오른 것과 대조된다.
골든센츄리 주가 하락률이 56.59%로 가장 컸다. 헝셩그룹(-52.06%)과 오가닉티코스메틱(-51.57%), 씨엑스아이(-42.73%)도 연초보다 주가가 반 토막 났다. 로스웰(-37.79%), 이스트아시아홀딩스(-29.89%), 컬러레이(-25.98%), 윙입푸드(-23.17%), 글로벌에스엠(-21.69%) 등도 20~30%대 하락했다. 크리스탈신소재(68.87%)와 GRT(55.42%)만 올랐다.
지난해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중국 기업 실적도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화장품 제조 기업 오가닉티코스메틱은 2022년 63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99%를 홍콩과 중국에서 낸다. 작년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새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씨엑스아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6% 감소했다.
중국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도 국내 투자자의 불신을 키웠다. 골든센츄리는 작년 10월 경영진의 시세조종 혐의가 적발되며 주가가 100원 아래로 급락했다. 회사가 불공정행위 의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상 급등 현상도 나타났다. 골든센츄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에 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선 “이달 15일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된 것 외엔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완구 기업 헝셩그룹도 작년 8월 최대주주의 매각으로 신뢰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회사는 주가가 급락하자 외부 환경 요인의 영향일 뿐 회사 관계자가 주식을 판 적은 없다고 알렸다. 하지만 공지한 지 2주 만에 회장이 주식을 팔아치워 주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기업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관측한다. 중국 중앙정부가 재정 부양책에 나서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해보다 경기가 회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매출 성장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3년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 1분기부터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쌓인 탓에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중국원양자원은 허위 공시·공문서 조작 등으로 2017년 상장 폐지됐다. 2011년 중국 기업 고섬도 상장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2021년에는 최대주주가 중국계 법인인 SNK가 공모 자금으로 고배당과 임직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잔치를 벌이는 등 무리하게 자본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서 이듬해 자진 상장 폐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들은 공시나 회계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단시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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